Short story
새벽 네 시의 경매장
A retired detective who now drives a forklift at a Busan fish market notices that one young bidder keeps winning the same box at very odd prices.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지게차 · forklift
- 중도매인 · licensed bidder (wholesale middleman) at a market auction
- 시세 · market price
- 터무니없이 · absurdly, outrageously
- 흥정 · bargaining
- 전보 · telegram; a coded message
- 정보원 · (police) informant
- 빼닮다 · to be the spitting image of
- 와 · why (Gyeongsang dialect)
- 아부지 · dad (dialect)
- 미치다 · to go mad (Gyeongsang form: are you mad?)
- 동이 트다 · dawn bre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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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의 어시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생선은 죽어서도 눈을 뜨고 있고, 얼음은 녹는 만큼만 정직하다. 거짓말을 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나는 그걸 서른 해 동안 경찰서에서 배웠고, 지금은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몰며 날마다 복습한다. 은퇴한 형사에게 남는 건 연금 조금과 고장 난 무릎, 그리고 남의 손을 쳐다보는 버릇뿐이다.
경매가 시작되면 바닥은 은빛으로 출렁인다. 고등어 상자가 끝도 없이 깔리고, 경매사는 알아듣기 힘든 가락으로 값을 부른다. 모자에 번호표를 달고 손가락으로 값을 매긴다. 말 대신 손이 오가는 세계다. 손가락 하나가 접히고 펴질 때마다 누군가의 하루 벌이가 정해진다. 그 손들 가운데 내 눈에 걸린 것이 있었다. 77번 모자를 쓴 젊은 여자. 그녀는 매주 화요일, 꼭 같은 배에서 올라온 고등어 한 상자만 샀다. 그것도 비싼 값에. 삼만 칠천사백 원, 이만 오천일백 원, 사만 일천삼백 원. 고등어 한 상자에 백 원 단위까지 붙여 값을 매기는 사람은 없다. 그건 아니라
무릎이 시큰거리는 밤이면 나는 그 숫자들을 공책에 적었다. 형사 시절의 버릇은 은퇴하지 않는다. 사흘째 되던 밤 숫자들이 입을 열었다. 앞자리는 부두 번호, 가운데는 창고 번호, 끝자리는 시간. 삼만 칠천사백 원은 3부두 7번 창고, 새벽 네 시라는 뜻이었다. 경매장에서 값을 부르면 장부에 남는다. 장부에 남은 숫자는 누구나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숨긴 것이다. 영리한 수법이었다. 문제는 그 수법이 너무 낯익다는 거였다. 이십 년 전, 내 박 씨가 바로 이런 식으로 내게 소식을 전했었다.
다음 화요일 새벽, 나는 3부두 7번 창고 앞에 세우고 기다렸다. 네 시 정각, 77번 모자가 나타났다. 얼음을 털어 낸 고등어 상자 밑바닥에서 그녀가 꺼낸 것은 생선이 아니었다. 비닐에 싼 하얀 봉지 몇 개. 창고 그늘에 서 있던 내 그림자가 길어졌다. 나는 헤드라이트를 켰다. 그녀가 손으로 눈을 가렸다. “아재, 자꾸 따라다니는교? 기사가 할 일이 그래 없습니꺼?” 불빛 속에서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았다. 눈매가 박 씨를 있었다.
“니 니 이라는 거 알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난다.” 그녀가 웃었다. 바다 냄새보다 짠 웃음이었다. 빚이 내 빚 아입니꺼. 남긴 거라고는 그 빚하고, 숫자로 말하는 버릇 하나뿐이라예.” 박 씨는 십오 년 전 이 부두에서 물에 빠져 죽었다. 사고로 처리됐다. 그때 나는 사고가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증거가 없다는 핑계로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형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을 서랍에 넣어 둘 뿐이다.
나는 포크를 내려 그 상자를 들어 올렸다. 그녀가 뭐라고 소리쳤지만 엔진 소리에 묻혔다. 부두 끝까지는 서른 걸음. 나는 포크를 기울였다. 상자는 소리도 없이 검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봉지 몇 개가 잠깐 떠올랐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아재, 그거 갚을 돈이 얼만지 압니꺼?” “안다. 그러니까 첫 기차 타라. 부산역 다섯 시 십 분. 니 나한테 남긴 빚, 이걸로 갚은 걸로 하자.”
그녀는 한참 나를 노려보다가 모자를 벗어 바다에 던졌다. 77이라는 숫자가 파도에 몇 번 뒤집히더니 사라졌다. 트기 시작했다. 갈매기들이 먼저 일어나 경매장 지붕 위를 돌았다. 다섯 시가 되자 경매사의 가락이 다시 울렸고, 바닥은 또 은빛으로 출렁였다. 아무도 내게 묻지 않았고, 바다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나는 올라 다음 상자를 들었다. 오늘 정직했다. 적어도 고등어 값은.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first made the narrator suspicious of bidder number 77?
2. What did the price 37,400 won mean?
3. How is the young woman connected to the narrator's past?
4. What does the narrator do with the bo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