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초랭이의 입
A burnt-out Seoul office worker becomes an apprentice in the Hahoe mask dance in Andong and is cast as the cheeky servant who mocks the aristocrats, a part he cannot seem to pl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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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사표 · letter of resignation
- 묘비명 · epitaph
- 전수생 · apprentice in a traditional art
- 헛기침 · a dry cough to draw attention, ahem
- 허세 · bluster, putting on airs
- 까발리다 · to expose, lay bare
- 조롱 · mockery
- 눈치를 보다 · to watch others' moods anxiously
- 아이다 · is not (Gyeongsang dialect)
- 사모하다 · to long for, to love from afar
- 가로채다 · to snatch, to steal (someone's point)
- 입꼬리 · corners of the mo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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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광고 회사에서 칠 년을 버틴 끝에 나는 냈다. 마지막 날 부장은 내 읽지도 않고 서랍에 넣으며 말했다. “김 대리는 참 무난한 사람이야.” 칭찬인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석 달 뒤 나는 안동 하회마을에 방을 얻었다. 별신굿 탈놀이 뽑는다는 공고를 우연히 본 것이 시작이었다. 서른네 살의 막내 주어진 배역은 초랭이였다.
초랭이는 양반의 하인이다. 입은 삐뚤어지고 눈은 툭 튀어나온 탈을 쓰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 채 주인 뒤를 따라다니며 온갖 흉내를 낸다. 양반이 하면 더 크게 하고, 양반이 점잖게 부채를 펴면 엉덩이를 흔든다. 양반과 선비가 서로 제 집안이 더 대단하다고 다투는 마당에서는 둘 사이를 오가며 그 낱낱이 수백 년 동안 이 마을 사람들은 일 년에 한 번, 탈을 쓴 하인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탈놀이 마당은 그런 의미에서 마을의 숨구멍이었다.
문제는 내가 그 입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동작은 금방 익혔다. 어깨춤도, 발을 들었다 내리는 장단도, 부채를 접었다 펴는 손목의 각도도 몸이 먼저 기억했다. 그러나 양반 역의 선배 앞에 서면 몸이 저절로 반 박자 늦어졌고, 흉내는 아니라 공손한 따라 하기가 되어 버렸다. 일흔을 넘긴 스승은 연습이 끝날 때마다 혀를 찼다. “니는 탈을 써 놓고도 보네. 탈은 얼굴 가리라꼬 쓰는 기 속에 든 거 꺼내라꼬 쓰는 기라.” 칠 년 동안 회의실에서 고개를 끄덕이던 목이, 나무 탈 하나로 쉽게 풀릴 리 없었다.
스승은 어느 날 내게 이매탈 이야기를 해 주었다. 옛날 허 도령이라는 젊은이가 바깥사람을 일절 들이지 않고 탈을 깎았는데, 그를 처녀가 그리움을 못 이겨 문틈으로 엿보는 바람에 도령은 피를 토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때 깎고 있던 이매탈은 끝내 턱이 없는 채로 남았다. “봐라. 턱 없는 탈도 수백 년을 웃고 있다. 할 말이 다 끝나야 웃는 게 웃다 보면 할 말이 나오는 기다.”
그해 가을 토요일 공연에서 나는 관객석 맨 앞줄의 얼굴 하나를 보았다. 부장이었다. 가족과 함께 단풍 구경을 온 모양이었다. 아내와 두 아이 사이에서 그는 회사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작아 보였다. 그 순간 무언가가 뚝 끊어졌다. 나는 양반 뒤에 붙어 서서 부장의 버릇을 하나씩 꺼내 놓았다. 회의 시작 전에 넥타이를 두 번 고쳐 매는 손짓, 남의 의견을 듣고 나서 “그러니까 내 말이 그 말이야” 하고 말투, 보고서를 끝까지 읽지 않고 맨 뒷장부터 넘기는 눈길. 관객들은 그것이 누구인지 몰랐지만 다들 자기 회사의 누군가를 보았다. 마당이 웃음으로 터질 듯했다. 그리고 가장 크게 웃은 사람은 맨 앞줄의 부장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탈을 벗고 있을 때 부장이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나를 한참 쳐다보았다. “김 대리, 자네 맞지?”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숙였다. 부장은 뜻밖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내가 정말 저랬나?”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네. 조금 더 심하셨습니다.” 부장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말을 회사에서 해 주지 그랬어.” “그때는 탈이 없었습니다.”
부장이 돌아간 뒤 스승은 내 어깨를 툭 쳤다. “오늘은 좀 놀았네. 근데 니 아직 졸업은 멀었다.” 나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스승은 탈을 보자기에 싸며 말했다. “탈 벗고도 그 말 할 수 있으믄, 그때가 졸업이다.” 나는 아직 졸업하지 못했다. 다만 요즘은 탈을 벗은 뒤에도, 가끔 초랭이처럼 한쪽으로 올라간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is Choraengi's role in the mask dance?
2. What was the narrator's problem as Choraengi?
3. How did the former boss react to the performance?
4. According to the master, when will the narrator "gradu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