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공가
Three days before an old public apartment block is demolished, a woman checks every empty flat and sprays a red mark on each door, until one flat seems to know her.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철거 · demolition
- 주공아파트 · old public-housing apartment block
- 이주 · relocation (of residents)
- 공가 · vacant house (official term)
- 경쾌하다 · light, cheerful
- 도면 · floor plan, blueprint
- 바래다 · to fade (of colour)
- 장판 · vinyl floor covering
- 문틀 · door frame
- 담담하다 · calm, composed
- 경매 · (court) auction
- 허리께 · around the waist
Select any text to highlight it, or a word to translate it or save it to your flashcards.
사흘 앞둔 소리가 너무 많았다. 사람이 다 떠난 건물은 조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람이 사는 건물에서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빈 건물은 쉬지 않고 소리를 냈다. 깨진 유리창으로 들어온 바람이 문을 여닫았고, 끊긴 수도관 속에서는 무언가가 똑똑 떨어졌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내 발소리는 한 박자 늦게 위층에서 되돌아왔다.
내 일은 끝난 집을 한 칸씩 열어 보고 사람도 짐승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한 뒤, 현관문에 빨간 스프레이로 쓰는 것이었다. 비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다섯 개 동, 이백오십 세대. 그 두 글자를 쓰고 나면 서류상으로 그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게 된다. 첫날에는 손이 떨렸지만, 둘째 날부터는 스프레이 뿌리는 소리가 박수 소리처럼 들렸다. 사람은 무엇에든 익숙해진다. 그게 제일 무서운 일이라는 걸 그때는 몰랐다.
집들은 놀라울 만큼 서로 닮아 있었다. 같은 해에 같은 지은 열다섯 평짜리 집들. 현관에서 세 걸음이면 부엌, 다섯 걸음이면 안방. 텔레비전이 있던 자리마다 벽지가 네모나게 덜 있었고, 냉장고가 있던 자리마다 눌려 있었다. 이백오십 가구가 이백오십 번, 똑같은 자리에 텔레비전을 놓고 똑같은 자리에서 잠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집의 안방 연필로 그은 짧은 선들이 사다리처럼 올라가 있었다. 선 옆에는 이름과 나이. 민호 다섯 살, 민호 여섯 살. 아이들의 키를 잰 자국이었다. 나는 그 선들 앞에서 잠깐씩 손을 멈췄다가 다음 집으로 넘어가곤 했다.
셋째 날 오후, 4동 404호에 들어섰을 때였다. 이상하게도 그 집에서는 발이 먼저 길을 알았다. 현관에서 세 걸음, 왼쪽으로 꺾어 다섯 걸음. 해가 들지 않는 안방 앞에서 나는 손전등을 들었다. 연필 선들 옆에 적힌 이름은 윤서였다. 윤서 세 살, 윤서 네 살, 윤서 다섯 살. 내 이름이었다. 맨 위의 선 옆에는 1992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해 나는 여섯 살이었다.
우리 가족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줄곧 인천에서 살았다고, 엄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이 동네 이름을 처음 들은 것도 이번 일을 맡으면서였다. 그런데 내 손은 어느새 벽을 더듬어 전등 스위치를 찾고 있었다. 전기가 끊긴 지 석 달이 넘었는데도. 그리고 스위치는 정확히 내 손이 간 자리에 있었다. 등 뒤에서 바람이 현관문을 천천히 닫았다. 빈 건물이 낼 수 있는 가장 평범한 소리였다. 그런데도 나는 한참 동안 뒤를 돌아보지 못했다.
엄마는 세 번째 신호음에 전화를 받았다. 나는 동 호수만 말했다. 4동 404호. 수화기 너머로 긴 침묵이 흘렀고,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거기 가 봤구나.” 엄마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아빠의 사업이 무너지던 해, 우리는 그 집을 잃었다고 했다. 집을 비워 주던 날 엄마는 내게 우리가 원래 인천 사람이라고 말했고, 여섯 살의 나는 그 말을 믿었다. 아니, 믿은 정도가 아니라 그 말에 맞춰 기억을 고쳐 썼다. “네가 잊어 줘서 고마웠어. 엄마는 하나도 못 잊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는 등을 대고 섰다. 1992년의 마지막 선은 내 닿았다. 서른네 해 동안 나는 그 선 위로 자란 것이다. 귀신은 없었다. 빈집에서 나를 기다린 것은 내가 잊어버린 나였고, 그것은 어떤 귀신보다도 낯익어서 무서웠다. 나는 휴대폰으로 몇 장 찍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나가 스프레이 통을 흔들었다. 쇠구슬이 통 안에서 달그락거렸다. 나는 404호 현관문에 빨간 글자 두 개를 아주 천천히 썼다. 서류상으로 이제 그 집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was the narrator's job in the building?
2. What did nearly every flat have on its bedroom door frame?
3. What told the narrator, even before the name, that she knew flat 404?
4. Why had the narrator believed her family always lived in Inch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