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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여백의 연쇄 법칙

A student buys a secondhand calculus textbook for five thousand won and finds that two earlier readers once shared it, and wrote far more than calculus in its margins.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1)
  • 편입 시험 · university transfer exam
  • 개찰구 · ticket gate
  • 여백 · margin, blank space
  • 비스듬히 · at a slant
  • 극한 · limit (in mathematics)
  • 학식 · student cafeteria food (short form)
  • 연쇄 법칙 · chain rule (in calculus)
  • 귀퉁이 · corner (of a page)
  • 휴학하다 · to take a leave of absence from school
  • 헌책방 · secondhand bookshop
  • 깨알 같다 · tiny (of handwriting), like sesame se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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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앱에서 미적분학 교재를 오천 원에 샀다. 시험까지 넉 달, 새 책을 살 돈도 시간도 아까웠다. 판매자의 프로필에는 거래 내역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이 책이 그 사람이 처음으로 내놓은 물건이었다. 회기역 앞에서 책을 건넨 사람은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그녀는 책을 쉽게 놓지 않았다. “낙서가 좀 많아요. 그래도 공부하실 분이면 괜찮을 거예요.” 그 말의 뜻을 안 것은 그날 밤, 3장을 펼쳤을 때였다.

두 사람의 글씨가 있었다. 하나는 둥글둥글한 연필 글씨, 다른 하나는 오른쪽으로 누운 파란 볼펜 글씨였다. 첫 대화는 정의 옆에서 시작되었다. 연필이 썼다. ‘이거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 볼펜이 답했다. ‘모르는 게 정상입니다. 교수님도 모르실걸요.’ ‘남의 책에 왜 답을 써요?’ ‘같이 보는 책이잖아요. 도서관 3층 창가 자리, 책 한 권에 두 사람.’ 아마 둘은 책값을 아끼려고 한 권을 나눠 보던 사이였던 모양이다. 표지 안쪽에는 2003년 3월이라는 날짜가 적혀 있었다.

대화는 문제 풀이와 함께 깊어졌다. 4장의 연습 문제 옆에서 볼펜은 연필의 계산 실수를 고쳐 주었고, 연필은 그 밑에 ‘알거든요’라고 쓰고 밑줄을 두 번 그었다. 5장에 이르자 공부와 상관없는 말이 늘어났다. ‘오늘 돈가스래요.’ ‘돈가스 먹으면 졸려요. 적분은 배고플 때 해야 돼요.’ ‘그건 누가 정했어요?’ ‘제가요. 방금.’ 6장 첫 페이지, 법칙 공식 옆에는 연필로 작게 적혀 있었다. 법칙: 하나가 변하면 그 안에 든 것도 다 같이 변한다. 요즘 내 얘기 같음.’ 그 밑은 비어 있는 듯했다. 대신 다음 페이지 영화표 한 장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7장부터는 볼펜 글씨만 남았다. 혼잣말 같은 메모들이었다. ‘오늘도 창가 자리 비어 있음.’ ‘이 문제, 당신이라면 이렇게 안 풀었겠지.’ 들었어요. 집에 일이 생겼다고.’ 8장의 적분 단원에는 풀이보다 지운 자국이 더 많았다. 지우개로 문지른 자리에 희미하게 남은 문장 하나를 나는 스탠드 불빛에 비춰 가며 겨우 읽었다. ‘넓이를 구하려면 아주 작은 조각들을 끝없이 더해야 한다. 당신 없는 날들도 그렇게 더하면 뭐가 될까.’

뒤표지 안쪽에는 다른 날짜가 있었다. 2009년 11월. 연필 글씨였다. 여섯 해 만이었다. ‘학교 앞 이 책을 다시 찾았어요. 글씨를 보자마자 알았어요. 그때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요. 아버지 빚 때문에 공장에 다녔어요. 이제 다 갚았어요. 이 책은 다시 그 맡겨 둘게요. 혹시 이 책이 당신한테 다시 간다면, 법칙 페이지에 답을 써 줘요.’ 나는 서둘러 6장으로 돌아갔다. 연필 메모 밑, 비어 있다고 생각했던 자리에 같은 볼펜 글씨가 있었다. ‘나도 같이 변했어요. 정문 앞 분식집, 토요일 열두 시.’

다음 날 나는 판매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실례인 줄 알지만 꼭 묻고 싶은 게 있다고. 답장은 한 시간 뒤에 왔다. ‘연필이 저예요. 볼펜은 남편이고요. 작년 봄에 먼저 떠났어요. 그 책만은 팔지 말라더니, 마지막에는 공부할 사람한테라면 팔아도 된다고 했어요. 책은 읽혀야 한다고요. 모르는 문제 있으면 보세요. 그 사람이 다 풀어 놨을 거예요.’

시험까지는 이제 석 달이 남았다. 나는 오늘도 그 책을 편다. 막히는 문제가 있으면 본다. 대개 거기에 파란 볼펜으로 풀이가 있다. 가끔은 풀이 대신 돈가스 이야기가 있다. 그런 날에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서, 배고플 때 적분을 하라는 말을 떠올리며 연필을 다시 잡는다. 나는 아직 그 책에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다만 9장 첫 페이지에 아주 작게, 연필로 한 줄을 써 볼까 생각 중이다. ‘이거 무슨 말인지 아는 사람?’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the two earlier owners write to each other in the margins?

2. Why did the pencil writer disappear after chapter 6?

3. What did the narrator find when she went back to the chain-rule page?

4. Who sold the narrator the 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