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End
← Mastery stories

Short story

재단 초크로 쓴 글자

In 1972 a fifteen-year-old girl from the countryside goes to work in a cramped garment workshop by the Cheonggyecheon, where the seamstress beside her has an unusual use for tailor's chalk.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보따리 · bundle wrapped in cloth
  • 봉제 공장 · garment (sewing) factory
  • 다락방 · loft, attic room
  • 시다 · assistant, helper in a garment workshop (slang of the time)
  • 미싱사 · sewing-machine operator
  • 실밥을 따다 · to trim loose threads
  • 납품 · delivery of goods to a client
  • 빠듯하다 · barely enough, tight
  • 재단 초크 · tailor's chalk
  • 자투리 · scrap, leftover piece (of cloth)
  • 변소 · toilet, outhouse (old word)
  • 문해 교실 · adult literacy class

Select any text to highlight it, or a word to translate it or save it to your flashcards.

열다섯 살의 봄, 순임은 하나를 안고 청량리역에 내렸다. 1972년이었다. 충청도 산골에서 국민학교를 삼 학년까지밖에 다니지 못한 아이에게 서울은 소리부터 달랐다. 먼저 올라와 있던 동네 언니가 그녀를 데려간 곳은 청계천 변 평화시장, 그중에서도 꼭대기 층의 공장이었다. 공장이라고 해 봐야 높은 천장을 가운데서 잘라 두 층으로 만든 허리를 펴면 정수리가 천장에 닿았다. 그 좁은 공간에서 미싱 열두 대와 사람 스무 명이 숨을 나누어 쉬었다.

순임의 자리는 옆에 쪼그려 앉아 따고, 원단을 나르고, 다림질할 옷에 물을 뿜는 보조였다. 아침 여덟 시에 시작한 일은 밤 열한 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창문은 손바닥만 했고, 형광등 불빛 속에서 원단 먼지가 함박눈처럼 떠다녔다. 날짜가 다가오면 주인은 하얀 알약을 한 알씩 나누어 주었다. 다들 타이밍이라고 부르던, 잠을 쫓는 약이었다. 그 약을 삼키면 밤을 꼬박 새워도 손이 멈추지 않았지만, 이튿날에는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점심은 미싱 옆에 쪼그려 앉아 풀빵 몇 개로 때우기 일쑤였다. 월급에서 하숙비를 떼고 나면 고향에 부칠 돈은 늘 그래도 순임은 동생들 학비를 생각하며 하품을 삼켰다.

옆자리 스물두 살 먹은 영옥 언니였다. 말수가 적고 손이 무섭게 빨랐다. 어느 날 밤, 순임이 고향에서 온 편지를 펼쳐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기만 하자 언니가 물었다. “안 읽고 뭐 해?” 순임의 얼굴이 빨개졌다. 순임은 글을 몰랐다. 편지는 늘 하숙집 아주머니가 소리 내어 읽어 주었고, 답장도 아주머니가 대신 써 주었다. 그래서 고향의 어머니는 딸이 서울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순임의 부탁대로 아주머니가 매번 “사무실에서 일한다”고 써 주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부터 영옥 언니는 점심시간마다 초크를 꺼냈다. 옷감에 선을 긋는 납작한 분필이었다. 언니는 바닥에 굴러다니는 천에 기역과 아를 따로 쓰고, 둘을 붙여 가를 만들었다. “봐, 글자도 바느질이랑 똑같아. 조각을 이어 붙이면 되는 거야.” 그날부터 순임은 따다가도 손톱으로 천 위에 글자를 그렸다. 계단에서 주인의 발소리가 들리면 언니는 손바닥으로 천을 쓱 문질렀다. 초크 글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지울 수 있었기에 순임은 마음 놓고 틀릴 수 있었다.

여름이 끝나 갈 무렵, 순임은 처음으로 혼자 편지를 읽었다. 어머니가 불러 주고 남동생이 받아 적은 편지였다. ‘밥은 잘 먹냐. 사무실 일은 고되지 않냐.’ 순임은 들어가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날 밤, 처음으로 제 손으로 답장을 썼다. 맞춤법은 엉망이었고 글씨는 삐뚤빼뚤했다. 사무실이라는 거짓말은 끝내 고치지 못했지만, 마지막 한 줄만은 참말이었다. ‘엄마, 나 글자 배웠어.’

이듬해 겨울, 영옥 언니는 멎지 않는 기침을 안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먼지 때문이라고들 했다. 언니가 떠나던 날 아침, 순임의 미싱 위에는 닳고 닳은 초크 한 토막이 놓여 있었다. 그 무렵 시장 골목에서는 일하는 사람에게도 사람답게 일할 권리가 있다는 말이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순임은 그 말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아직 소리 내어 말할 용기는 없었다. 그 용기가 생기기까지는 그 뒤로도 오랜 세월이 걸렸다. 다만 그 겨울부터 순임은 초크 토막을 늘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로부터 쉰 해가 넘게 지났다. 일흔을 바라보는 순임 씨는 화요일마다 동네 복지관 성인 교실의 교단에 선다. 학생들은 대개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할머니들이다. 장에서 물건값은 귀신같이 셈하면서도 은행 창구에서는 늘 눈이 나쁜 척을 해 온 사람들이다. 첫 수업 날, 순임 씨는 학생들에게 천 한 장과 초크를 하나씩 나누어 준다. 그리고 천 위에 기역과 아를 쓰고 둘을 붙인다. “보세요. 글자도 바느질이랑 똑같아요. 조각을 이어 붙이면 돼요. 틀려도 괜찮아요. 손바닥으로 쓱 문지르면 되니까요.”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was Sun-im's job in the workshop?

2. Why did Sun-im's mother believe her daughter worked in an office?

3. Why did learning with tailor's chalk suit Sun-im?

4. What does Sun-im do fifty years l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