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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이름을 고치러 온 사람

An old name-maker in Sinchon, used to choosing names for babies, is visited by a woman of forty-eight who wants to replace the name her parents gave her.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작명소 · naming office, where professionals choose names
  • 사주 · birth chart (year, month, day and hour of birth, used in fortune-telling)
  • 획수 · number of strokes in the written characters of a name
  • 길흉 · good and bad fortune
  • 서리다 · to be imbued with, to hang over (a feeling on a face)
  • 엎어 놓다 · to lay face down
  • 수두룩하다 · plentiful, abounding
  • 이름값을 하다 · to live up to one's name
  • 혀를 차다 · to click one's tongue in disapproval
  • 순우리말 · native Korean word (not from Chinese)
  • 개명 · legal change of name
  • 원망 · resentment, bl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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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뒷골목에서 한 지 서른두 해가 되었다. 간판에는 아직도 아버지가 쓴 붓글씨가 걸려 있다. 처음 이 일을 물려받았을 때 나는 이름이란 아이에게 입히는 첫 옷이라고 믿었다. 부모가 들고 오면 나는 오행의 모자람을 따지고 셈하여, 평생 입을 옷의 치수를 재듯 이름을 지었다. 요즘 젊은 부모들은 발음을 먼저 묻는다. 영어로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지, 같은 반에 같은 이름이 몇이나 될지. 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이름을 지으러 온 사람의 얼굴에는 언제나 남의 미래를 대신 골라야 하는 사람의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지난봄에 찾아온 손님은 아이 대신 자기 이름을 들고 왔다. 보험 회사에서 이십 년을 일했다는 마흔여덟 살의 여자였다. 그녀는 의자에 앉자마자 주민등록증을 탁자 위에 놓았다. “이름 좀 바꾸려고요. 법원 서류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이름만 지어 주세요.” 나는 신분증을 뒤집어 보지 않았다.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면 놓은 이름이 어떤 이름인지 대개 짐작이 간다. “혹시 끝순이나 말순이세요?” 그녀가 짧게 웃었다. “후남이요. 뒤 후에 사내 남. 다음엔 아들 낳으라고요.”

후남이라는 이름은 내게 낯설지 않다. 아버지 시절의 장부에는 그런 이름이 끝순, 말자, 또순, 필남. 딸은 이제 그만 오라는, 혹은 다음에는 아들이 오라는 주문 같은 이름들이다. 이름은 부르라고 짓는 것이지만, 그 시절의 어떤 이름들은 눈앞의 아이를 부르는 대신 아직 오지 않은 다른 아이를 불렀다. 그녀는 사십팔 년 동안 날마다 남동생을 부르는 소리로 불려 온 셈이다. 그리고 그 남동생은 실제로 이 년 뒤에 태어났다고 했다. “그러니까 저는 한 거죠.” 농담이었지만 둘 다 웃지 않았다.

나는 평소처럼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말고요. 부모가 준 거잖아요. 이번엔 제가 고르고 싶어요.” 그 말에 나는 붓을 내려놓았다. 서른두 해 동안 나는 하늘이 정했다는 운명을 계산해 주는 사람이었다. 자기 이름을 스스로 고르겠다는 손님 앞에서 내 계산법은 쓸 데가 없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순서를 바꿔 보기로 했다. “그럼 글자 말고, 듣고 싶은 소리부터 말씀해 보세요. 누가 선생님을 부를 때 어떤 소리가 났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한참 생각하더니 엉뚱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만은 자기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그녀를 ‘우리 새벽이’라고 불렀다. 새벽에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아니라는 소식에 집안 어른들이 아무도 일어나 보지 않았던 그 새벽, 외할머니 혼자 부엌에서 미역국을 끓였다고 했다. “그 소리가 좋았어요. 새벽이. 뭔가 이제 막 시작하는 것 같잖아요.”

그날 우리는 두 시간 동안 글자 대신 소리를 골랐다. 그녀가 끝내 고른 것은 ‘새벽’이라는 성을 붙여 부르니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그녀는 몇 번이나 소리 내어 불러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장부에 그 이름을 적으며 세지 않았다. 아버지가 보았다면 것이다. 하지만 이름의 있는지, 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있는지, 나는 이제 잘 모르겠다.

석 달 뒤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법원에서 허가가 났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한 줄이 더 붙어 있었다. ‘남동생이 제일 먼저 새 이름으로 불러 줬어요. 어색해서 둘 다 웃었어요.’ 나는 그 문자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이름은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첫 문장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개명은 그 문장에 쓰는 답장일 것이다. 아니라, 이제부터는 제 목소리로 이어 쓰겠다는 답장. 요즘 나는 아기 이름을 지으러 온 부모들에게 먼저 이렇게 묻는다. 이 아이를 부를 때, 어떤 소리가 났으면 좋겠어요?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did the woman's original name express?

2. Why did the narrator put down his brush?

3. Where did the new name come from?

4. What does the narrator now ask parents fi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