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End
← Upper-intermediate stories

Short story

고추밭의 새벽

A Seoul couple quit their jobs to grow chilli peppers in a Chungcheong village, where the neighbours seem to want nothing to do with them.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귀농 · leaving the city to become a farmer
  • 퇴직금 · severance pay, retirement payout
  • 혀를 차다 · to click one's tongue (in disapproval)
  • 서운하다 · to feel hurt, let down
  • 잡초 · weeds
  • 갸웃하다 · to tilt one's head (puzzled)
  • 우박 · hail
  • 쏟아지다 · to pour down
  • 퉁명스럽다 · to be blunt, curt
  • 김매기 · weeding a field by hand
  • 섭섭하다 · to be sad, sorry (to see someone go)
  • 멍석 · large straw mat for drying crops

Select any text to highlight it, or a word to translate it or save it to your flashcards.

서울에서 십오 년 동안 회사를 다닌 동호와 은정은 작년 봄 충청남도 청양의 작은 마을로 이사했다. 둘 다 마흔을 넘기면서 더 늦기 전에 다른 삶을 살아 보고 싶었다. 청양은 고추로 유명한 곳이었다. 두 사람은 교육을 석 달 동안 받고, 낡은 집 한 채와 고추밭 천 평을 샀다. 친구들은 “시골 생활이 말처럼 쉬운 줄 알아?” 하고 걱정했지만, 동호는 자신이 있었다. 영상을 보며 공부한 시간만 해도 수백 시간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생각보다 차가웠다. 인사를 해도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 말을 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특히 바로 옆집에 사는 춘자 할머니는 두 사람을 볼 때마다 동호가 밭에 비닐을 씌우는 것을 보고는 “그렇게 하면 바람에 다 날아가” 하고 한마디 하더니 들어가 버렸다. 은정은 속이 상했다. “우리가 도시에서 왔다고 무시하시는 것 같아.” 동호는 시골 사람들은 처음엔 다 그렇기 마련이라고 아내를 달랬지만, 사실 그도

여름이 되자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밭의 생각보다 빨리 줄어드는 것이었다. 아침마다 나가 보면 전날 미처 뽑지 못한 풀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은정은 비가 와서 그런 거라고 했지만, 동호는 고개를 비가 온다고 해서 풀이 저절로 뽑히는 법은 없었다.

칠월 말, 큰일이 터졌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십 분 동안 콩알만 한 얼음이 고춧잎을 찢고, 막 빨갛게 익기 시작한 고추를 땅에 떨어뜨렸다. 동호는 밭 한가운데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일 년 동안의 노력이 십 분 만에 사라진 셈이었다. 그날 밤 은정은 처음으로 서울로 돌아가자는 말을 꺼냈다.

동호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네 시에 밭으로 나갔다. 그런데 어둠 속에서 누군가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머리에 수건을 쓴 작은 사람이 떨어진 고추를 하나하나 주워서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춘자 할머니였다.

“할머니, 여기서 뭐 하세요?” 할머니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대답했다. “떨어진 것도 말리면 고춧가루는 돼. 버리긴 왜 버려.” 동호는 그제야 알았다. 여름 내내 새벽마다 풀을 뽑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럼 그동안 할머니가…?” 할머니는 대답 대신 바구니를 동호에게 내밀었다. “내 아들도 서울 가서 안 와.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왔는데 금방 가 버리면

다음 날 아침, 할머니 집 마당에 고추를 말리는 두 장 깔렸다. 한 장은 할머니 것이고, 한 장은 동호와 은정의 것이었다. 은정은 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뒤집는 법을 배웠다. 그해 두 사람이 판 고춧가루는 원래 계획의 삼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은정은 더 이상 서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가을이 끝날 무렵, 마을 회관에서 다 같이 김장을 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은정이 앞치마를 챙기며 웃었다. “올해는 우리 고춧가루도 들어간대.”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Dongho and Eunjeong move to the countryside?

2. What strange thing happened in the summer?

3. What did Dongho find at four in the morning?

4. Why had Grandma Chunja been helping them in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