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일흔세 통의 편지
A granddaughter in Sokcho learns why her grandfather, separated from his sister in 1950, has never agreed to leave his small refugee village.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귀가 닳도록 듣다 · to hear over and over (lit. until one's ears wear out)
- 피란민 · war refugee
- 부두 · pier, docks
- 몰려들다 · to flock, to crowd in
- 뒤처지다 · to fall behind, to be left behind
- 휴전선 · the armistice lin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 이산가족 · separated families (divided by the Korean War)
- 누렇다 · yellowed
- 빽빽하다 · tightly packed
- 부치다 · to post, to send (a letter)
- 꾹꾹 · pressing down hard (writing)
- 단정하다 · neat, ti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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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방 장롱 맨 위에는 오래된 과자 상자가 하나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민정은 그 상자를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을 귀가 들었다. 올해 여든다섯 살인 할아버지는 속초 아바이마을에서 평생을 사셨다. 서울에 사는 아들딸들이 같이 살자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도 할아버지는 늘 고개를 저으셨다. “나는 여기가 편하다.”
아바이마을은 한국 전쟁 때 북쪽에서 내려온 모여 만든 마을이다. 19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 남쪽으로 가는 배를 타려는 사람들이 끝없이 열두 살이던 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겨우 배에 올랐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밀려 어머니와 열다섯 살 누나는 끝내 배에 타지 못했다. “먼저 가 있어. 다음 배로 따라갈게.” 그것이 누나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 뒤로 가족은 다시 만나지 못했고, 1953년 전쟁이 멈춘 뒤에는 길을 막았다.
지난가을, 민정은 대한적십자사에서 영상 편지를 만들어 준다는 뉴스를 봤다. 언젠가 북쪽의 가족에게 전할 수 있는 날이 오면 보여 줄 수 있도록 미리 영상을 찍어 두는 것이었다. 민정이 이야기를 꺼내자 할아버지는 한참 동안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다가 천천히 일어나 장롱 위의 상자를 내리셨다.
상자 안에는 변한 봉투가 들어 있었다. 모두 일흔세 통이었다. 할아버지는 1951년부터 해마다 헤어진 날이 되면 누나에게 편지를 한 통씩 쓰셨다고 했다. 보낼 주소가 없으니 못하고 상자에 넣어 두기만 한 것이다. 첫 번째 편지는 연필로 눌러 쓴 아이의 글씨였다. ‘누나, 여기 바다는 고향 바다랑 똑같아. 빨리 와.’
민정은 그날 밤 편지를 한 통도 빠짐없이 읽었다. 열여섯 살의 할아버지는 오징어잡이 배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썼고, 스물여덟 살의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결혼했다고 자랑했다. 아버지가 태어난 해에는 ‘누나가 고모가 됐어’라고 썼고, 할머니가 돌아가신 해의 편지는 단 두 줄뿐이었다. 글씨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모든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똑같았다. ‘누나, 나는 아직 속초에 있어. 고향에서 제일 가까운 곳이니까 찾기 쉬울 거야.’
민정은 그제야 할아버지가 왜 서울에 가지 않으셨는지 알 것 같았다. 할아버지에게 이 마을은 그냥 편한 곳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곳이었다. 누나가 따라오면 제일 먼저 닿을 곳에서 칠십 년이 넘도록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일주일 뒤, 할아버지는 적십자사 직원 앞에 앉으셨다. 양복을 꺼내 입으시고 머리도 빗으셨다. 직원이 카메라를 켜고 하고 싶은 말씀을 편하게 하시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한참 바라보셨다. 그리고 아주 짧게 말씀하셨다. “누나, 나 봉수야. 편지는 일흔세 통 써 놨어. 우편으로는 안 보낼 거야. 만나면 내가 직접 줄게.”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the grandfather's mother and sister not get on the ship in 1950?
2. Why were the letters never posted?
3. What did every letter have in common?
4. What does the grandfather say in the video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