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숟가락 하나
Helping their mother pack up the family kitchen before a move, the narrator remembers a grandmother who laid one spoon too many at every 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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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수저통 · cutlery holder (for spoons and chopsticks)
- 낱말 · word
- 회한 · remorse, bitter regret
- 체념 · resignation, giving up hope
- 피란길 · the road taken by wartime refugees
- 이산가족 상봉 · reunion of families separated by the Korean War
- 원한 · grudge, deep resentment
- 부치다 · to send (a letter)
- 스며들다 · to seep in
- 배고프다 · to be hungry; here: lest he go hungry (literary ending)
- 이삿짐 · belongings packed for a move
- 바라건대 · I hope that, may it be 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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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이십팔 년을 산 아파트를 떠나 작은 집으로 옮기기로 한 것은 지난봄이었다. 이삿날을 사흘 앞두고 부엌을 정리하러 간 나는 찬장 위의 내리다가 손이 미끄러져 그것을 엎고 말았다. 숟가락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흩어졌다. 어머니는 그것들을 주워 담으며 혼잣말처럼 말했다. “이 중에 하나는 네 할머니 동생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랫동안 교과서 속의 알던 ‘한’이라는 말이 바닥의 숟가락들처럼 내 앞에 쏟아졌다. 학교에서 배운 한의 뜻은 슬픔, 원망, 그리움, 같은 것들이었다. 그 다섯 모두 맞았고, 그래서 모두 모자랐다.
한을 생각하노라면 할머니의 숟가락이 떠오른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전쟁 통에 남쪽으로 내려왔다. 잠깐 손을 놓친 남동생은 그 뒤로 다시 만나지 못했다. 할머니는 밥상을 차릴 때마다 숟가락을 하나 더 놓았다. 식구가 몇이든 상관없었다. 누가 그 숟가락을 집으려고 하면 할머니는 말없이 그 손을 밀어냈다. 어린 나는 그것이 그저 할머니의 별난 버릇인 줄로만 알았다.
할머니에게 그 숟가락의 뜻을 처음 물어본 것은 열 살 무렵이었다. 할머니는 한참 동안 내 얼굴을 들여다보더니, 동생이 그런다고 대답했다. 그 동생이 지금쯤 어디선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을 거라는 계산은 할머니의 머릿속에 없는 듯했다. 할머니의 동생은 언제까지나 손을 놓친 여섯 살 아이였다. 시간은 할머니의 바깥에서만 흘렀고, 숟가락 하나만큼의 자리에서는 멈춰 있었다.
할머니가 우는 것을 나는 딱 한 번 보았다. 신청에서 이번에도 이름이 뽑히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은 날이었다. 그날도 할머니는 저녁상에 숟가락을 하나 더 놓았고, 식구들이 밥을 다 먹은 뒤에야 부엌에 들어가 소리 없이 울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숟가락을 놓았다. 내가 아는 한은 그런 모양이었다.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채로 다음 날 아침상을 차리는 것.
흔히들 한을 슬픔과 같은 것으로 이해하지만, 내가 지켜본 바로는 한에는 받는 사람이 없다. 원망이라면 원망할 상대가 있어야 하고, 슬픔이라면 언젠가는 끝이 있어야 한다. 할머니의 기다림에는 둘 다 없었다. 그것은 곳 없는 편지,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에 가까웠다. 그래서 한은 세월이 흘러도 옅어지기는커녕 일상 속으로 조용히 눈물이 마른 자리에 습관이 남는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도 어머니는 그 숟가락을 버리지 못했다. 그것은 속에서 다른 숟가락들과 섞였고, 어느 것이 그 숟가락인지 이제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어머니조차 그랬다. 명절에 모이면 조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일부러 아무 숟가락이나 집어 들었다. 어머니는 그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했다. 어느 숟가락으로 밥을 먹든, 한 번쯤은 할머니 동생의 몫을 대신 먹어 주는 셈이니까. 기억이란 그렇게 흩어짐으로써 살아남는 것인지도 모른다.
싸면서 어머니는 이제 숟가락이 이렇게 많을 필요가 없다며 반은 버리자고 했다. 나는 바닥에 늘어놓은 숟가락들을 한참 내려다보다가, 하나도 버리지 말자고 했다. 어느 것이 그 숟가락인지 모르니, 어느 것도 버릴 수 없었다. 어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지만 더는 고집하지 않았다. 새집에서 처음 밥을 먹던 날, 나는 상을 차리다가 숟가락을 하나 더 놓았다. 어머니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 숟가락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조용히 밥을 먹었다. 언젠가 내 아이도, 그 까닭을 다 알지 못한 채로 숟가락 하나를 더 놓는 날이 오기를. 한이 눈물이 아니라 습관으로, 상 위의 빈자리 하나로 이어진다면, 그것이야말로 잊지 않는 가장 조용한 방법일 것이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oes the narrator say the five meanings of "한" learned at school were not enough?
2. Why did the grandmother lay an extra spoon at every meal?
3. According to the narrator, how is "한" different from resentment or sadness?
4. What did the narrator do at the first meal in the mother's new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