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느린 사람
The day after quitting her job, a woman sets off on the long ridge walk across Jirisan with a schedule timed to the minute, and gets stuck behind a very slow old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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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종주 · walking the whole length of a mountain ridge
- 능선 · ridge, ridgeline
- 그라제 · sure, of course (Jeolla dialect)
- 근디 · but, by the way (Jeolla dialect)
- 아니여 · it isn't (Jeolla dialect)
- 건성으로 · half-heartedly, perfunctorily
- 앞지르다 · to overtake, to pass
- 디디다 · to step on
- 압박 붕대 · compression bandage
- 구조대 · rescue team
- 손사래를 치다 · to wave one's hand in refusal
- 오믄, 만나겄제 · if you come, we'll meet, won't we (Jeolla dia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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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사표를 낸 다음 날, 하윤은 지리산 계획을 세웠다. 성삼재에서 출발해 노고단과 연하천, 세석을 지나 천왕봉까지, 이박 삼일 동안 따라 걷는 길이었다. 계획표에는 구간마다 목표 시간이 분 단위로 적혀 있었다. 칠 년 동안 보고서를 쓰던 버릇은 산에 가서도 좀처럼 버려지지 않았다.
첫날 오후, 연하천으로 가는 좁은 그녀는 앞서 가는 노인 때문에 걸음을 멈춰야 했다. 예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는 낡은 배낭을 메고 나무 지팡이를 짚은 채, 한 걸음 한 걸음 바닥을 확인하듯 걸었다. 길이 좁아 비켜 갈 수도 없었다. 하윤은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보다가 결국 말을 걸었다. “저, 죄송한데 먼저 좀 지나가도 될까요?” 노인은 길가로 비켜서며 웃었다. “아이고, 아가씨, 산은 빨리 간다고 먼저 끝나는 것이 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그를
둘째 날 새벽, 세석으로 향하는 길에 짙은 안개가 내려앉았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서 하윤은 젖은 바위를 잘못 발목이 꺾이는 소리를 들었다. 휴대폰 신호는 잡혔다 끊겼다를 되풀이했다. 대피소까지는 아직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녀는 바위에 주저앉아 아무도 오지 않는 안개를 바라보았다. 그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통증이 아니라 계획표였다. 오늘 안에 장터목까지 가지 못하면 내일 일정이 모두 어그러질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 계획표에 없는 시간이 그렇게 흘렀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안개 속에서 지팡이 소리가 들렸다. 탁, 탁, 탁. 어제의 그 노인이었다. 그는 하윤을 보자마자 사정을 알아차렸다는 듯 배낭을 내려놓았다. 배낭에서는 얼음 주머니, 보온병이 차례로 나왔다. 노인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발목을 감으면서 말했다. “내가 이 산에서 이십 년 했어. 다친 사람 업고 내려간 것만 해도 수백은 될 것이여.”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의 걸음이 달리 보였다. 그는 느린 것이 아니었다. 오 년 전 구조 도중에 무릎을 크게 다친 뒤로는 그렇게밖에 걸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해마다 이맘때면 이 길을 걷는다고 했다. “뭐 하러 그러냐고? 그냥, 이 산한테 인사하러 오제. 빨리 걸으면 인사를 못 혀.”
두 사람은 세석대피소까지 남은 길을 세 시간 넘게 걸었다. 하윤은 노인의 어깨를 짚고 그의 속도에 맞춰 발을 옮겼다. 그러자 어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틈에 핀 작은 꽃, 안개에 젖어 반짝이는 거미줄,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 노인은 쉴 때마다 보온병에 담아 온 따뜻한 보리차를 나눠 주었고, 걸음을 멈출 때마다 그것들의 이름을 하나씩 일러 주었다. 그녀가 칠 년 동안 분 단위로 쪼개 쓴 시간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대피소에서 하윤은 다음 날 아침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천왕봉은 이번에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아쉽지 않았다. 헤어지기 전 그녀가 이름을 묻자 노인은 쳤다. “이름은 뭐 하러. 내년에 또 그때 안개 속에서 그날 밤 하윤은 배낭에서 계획표를 꺼내, 목표 시간이 적힌 칸들을 하나씩 지웠다. 그리고 맨 아래에 한 줄을 새로 적었다. ‘내년, 천천히.’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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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at does Hayun's hiking schedule show about her?
2. What happened to Hayun on the second morning?
3. Why does the old man walk so slowly?
4. What did Hayun write at the bottom of her schedu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