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백팔 배
A retired construction executive is sent on a temple stay in the Gangwon mountains by his daughter, and the monk who guides him is someone he once let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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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산사 · mountain temple
- 보다 못하다 · to be unable to stand watching any longer
- 궁리하다 · to think over, scheme
- 수련복 · practice clothes worn at a temple stay
- 예불 · Buddhist service of worship
- 발우공양 · formal monastic meal eaten from wooden bowls
- 울력 · communal work done by everyone at a temple
- 처사님 · title for a male lay Buddhist or temple visitor
- 구조 조정 · corporate restructuring, layoffs
- 요사채 · monks' living quarters
- 다그치다 · to press, push hard
- 엎드리다 · to lie face down, prostrate one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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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이 오게 된 것은 순전히 딸 때문이었다. 은퇴하고 반년째 거실 소파에서 리모컨만 붙들고 있는 아버지를 보다 딸이, 생일 선물이라며 강원도 영월의 작은 절에 이박 삼일 템플스테이를 예약해 버린 것이다. 삼십 년을 건설 회사에서 일하고 상무로 퇴직한 그는 남이 짜 놓은 일정을 따르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오르는 내내 그는 언제쯤 핑계를 대고 하루 일찍 내려갈지를
그를 맞이한 것은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법운 스님이었다. 스님은 회색 건네며 일정을 차분히 설명했다. 새벽 세 시 반 그리고 백팔 배. 태식은 받아 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스님, 내가 무릎이 안 좋은데 절은 좀 빼 주면 안 되나?” 스님은 웃으며 대답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음이 먼저 일어나면 몸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태식은 그 말투가 어딘가 귀에 익다고 생각했지만 곧 잊어버렸다.
저녁 공양 시간, 태식은 발우에 담은 밥을 반쯤 남겼다. 스님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여기서는 밥알 하나, 물 한 방울도 남기지 않습니다. 남은 것은 김치 한 조각으로 그릇을 닦아서 드시는 겁니다.” 태식은 귀찮다는 얼굴로 그릇을 닦다가 문득 손을 멈췄다. ‘이번에 남길 사람과 남기지 않을 사람은 제가 정합니다. 회사는 가족이 아닙니다.’ 2009년 겨울, 조정을 앞둔 회의실에서 자기 입으로 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때 맨 앞줄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기획팀 김 대리의 얼굴이 지금 눈앞의 스님 얼굴과 겹쳐졌다.
그날 밤 태식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마루에 앉아 있는 스님을 찾아갔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스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아보셨군요, 상무님. 저는 첫날 버스에서 내리실 때부터 알았습니다.” 태식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과를 하자니 십수 년이 너무 길었고, 변명을 하자니 이곳이 너무 조용했다. 스님은 별을 올려다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원망을 안 했다면 거짓말이지요. 몇 년은 상무님 이름만 들어도 잠이 안 왔습니다. 그런데 이 산에서 살다 보니, 그때 회사를 나오지 않았으면 이 자리에 앉을 일도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 고맙다고 해야 할지,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김 대리, 아니 스님. 내가…….” 태식은 끝내 문장을 맺지 못했다. 평생 보고서는 결론부터 쓰라고 부하 직원들을 온 사람이, 정작 자기 결론은 찾지 못하고 있었다. 스님은 그런 그를 재촉하지 않았다. “내일 새벽 백팔 배 때 하시지요. 말로 못 하는 것은 절이 대신 해 주기도 합니다.”
다음 날 새벽, 법당 바닥은 차가웠고 무릎은 생각보다 더 아팠다. 서른 번째 절에서 태식은 숨이 찼고, 쉰 번째 절에서는 그만두고 싶었다. 그러나 일흔 번째쯤부터 이상하게도 절을 할 때마다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가 내보낸 사람들, 그가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백여덟 번째 절에서 태식은 이마를 바닥에 댄 채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옆자리의 스님도 그를 일으키지 않고 함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날 저녁, 딸이 물었다. “아빠, 어땠어? 지루했지?” 태식은 대답 대신 딸에게 물었다. “너 요즘 회사는 어떠냐. 힘든 건 없고?” 딸은 젓가락을 든 채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자기 회사 이야기를 물어 온 것은 처음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은 아주 늦게까지 식탁에 앉아 있었고, 태식은 끝까지 딸의 말을 끊지 않았다.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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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did Taesik go to the temple?
2. What brought back Taesik's memory at the evening meal?
3. How does the monk feel about what happened in 2009?
4. What is different about Taesik when he gets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