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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등을 맡기는 곳

An essay on the closing of a neighbourhood bathhouse in Busan's Yeongdo, and on the one part of the body nobody can wash alone.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언덕배기 · hillside slope
  • 굴뚝 · chimney
  • 폐업 · closing down a business
  • 이태리타월 · rough exfoliating scrub mitt
  • 흡족하다 · satisfied, pleased
  • 평상 · low wooden platform for sitting
  • 유년 · early childhood
  • 직함 · job title
  • 세신사 · bathhouse scrub attendant
  • 뭉치다 · to knot up, get stiff (of muscles)
  • 손사래를 치다 · to wave one's hand in refusal
  • 사노라면 · as one goes on living (lite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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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목욕탕 영신탕이 지난달 문을 닫았다. 부산 영도의 쉰두 해 동안 하얀 김을 뿜어 온 곳이다. 문 앞에 붙은 안내문은 짧았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기름값과 나이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기름값은 몰라도 나이는 누구도 이길 수 없으니, 반박할 말이 없는 사유였다.

어린 시절, 일요일 아침이면 어머니는 나를 끌고 영신탕에 갔다. 나는 그 시간이 싫었다. 뜨거운 탕 속에서 열을 셀 때까지 버텨야 했고, 어머니의 사정이 없었다. 때가 국수 가락처럼 밀려 나올 때마다 어머니는 나는 살갗이 벗겨지는 줄 알고 울었다. 그 고문을 견디면 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탈의실 앉아 마시는 바나나 우유 한 병. 돌이켜 보건대 내 행복은 대체로 그 노란 병 하나의 크기였다.

서울에서 오래 살다 영도로 돌아온 뒤 나는 다시 영신탕을 다녔다. 그리고 그제야 목욕탕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이상한 곳인지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명함을 내밀지 않는다. 사장 부인도, 생선 가게 아주머니도, 학교 선생님도 똑같이 벗은 몸으로 똑같은 플라스틱 바가지를 든다. 옷차림도 없는 자리에서 사람을 가르는 것은 누가 먼저 와서 좋은 자리를 맡았느냐 하는 것뿐이다. 요컨대 목욕탕은 이 나라에서 가장 평등한 장소 가운데 하나였다.

영신탕에는 박 이모가 있었다. 삼십 년 넘게 남의 등을 밀어 온 이모는 등만 보고도 그 사람의 사정을 짐작했다. “어깨가 이래 요새 애가 시험이지?” 하고 물으면 대개 맞았다. 이모 앞에 누운 사람들은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시어머니 이야기, 빚 이야기, 다 큰 아들이 연락을 안 한다는 이야기. 이모는 대꾸 대신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것이 이모 나름의 위로였다는 것을 나는 나중에야 알았다.

문을 닫는 마지막 날, 사장님은 손님들에게 공짜로 문을 열었다. 탕 안은 오랜만에 사람으로 가득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박 이모에게 등을 맡겼다. 이모의 손은 여전히 매서웠지만 그날은 어쩐지 오래 걸렸다. 다 끝났을 때 나는 충동적으로 말했다. “이모, 오늘은 제가 밀어 드릴게요.” 이모는 치다가 결국 돌아앉았다. 삼십 년 동안 남의 등만 밀어 온 등은 생각보다 작고, 생각보다 단단했다. 그 등을 미는 동안 이모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등은 혼자서는 닦을 수 없는 곳이다. 아무리 팔이 긴 사람도, 아무리 부지런한 사람도 자기 등 한가운데에는 손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목욕탕에 갔던 것인지도 모른다. 몸을 씻으러 갔다기보다 누군가에게 등을 맡기러. 영신탕이 사라진 지금, 동네 사람들은 집에서 각자 샤워를 한다. 깨끗하기로 치면 예전보다 못할 것이 없다. 다만 등 한가운데가 조금 가려울 뿐이다.

누구에게나 혼자서는 손이 닿지 않는 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자리를 맡길 곳이 꼭 목욕탕이어야 할 까닭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오늘 바나나 우유 한 병을 사 들고 식어 버린 영신탕 앞을 지나며 바란다. 이 동네 어딘가에,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곳이 하나쯤은 남아 있기를.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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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at reason did the closing notice give?

2. What made the childhood Sunday baths bearable?

3. Why does the writer call the bathhouse one of the most equal places in the country?

4. What did the writer do on the bathhouse's last 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