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칠번 국도의 끝
After his father is diagnosed with early dementia, a divorced son drives him up the east coast road the old truck driver knows by heart.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국도 · national highway
- 싱겁다 · to be bland, underwhelming
- 쪼매 · a little (Gyeongsang dialect)
- 할매 · grandma, old lady (Gyeongsang dialect)
- 반신반의하다 · to be half in doubt
- 색시 · wife (old-fashioned, affectionate)
- 와 · why (Gyeongsang dialect)
- 투덜거리다 · to grumble
- 우회 도로 · bypass road
- 내 · I (Gyeongsang dialect)
- 기다 · it is that ... (Gyeongsang dialect ending)
- 말해 주까 · would (you) tell me (Gyeongsang dialect)
Select any text to highlight it, or a word to translate it or save it to your flashcards.
아버지가 알츠하이머 초기라는 진단을 받은 것은 삼월이었다. 의사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하라는 뜻이었다. 아버지가 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였다. “칠번 한 번 끝까지 달려 보자.” 서른 해 동안 화물차를 몰며 부산에서 강원도까지 수산물을 실어 나른 사람의 소원으로는 소박하다 못해
오월의 첫 주, 성훈은 휴가를 내고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웠다. 부산을 빠져나와 울산을 지나자 바다가 오른쪽 창으로 따라붙었다. 아버지는 길을 귀신같이 기억했다. “여서 가면 국밥집 있다. 사장 오믄 수육을 공짜로 줬다 아이가.” 성훈은 정말로 국밥집이 나타났다. 할머니는 없었고 아들이 가게를 하고 있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아버지가 늘 앉던 창가 자리를 말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포항을 지나 영덕에 들어설 무렵 아버지가 물었다. “근데 니 안 왔노?” 성훈은 핸들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혼한 지 이 년이 지났고, 그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한 것만 해도 세 번이었다. “바빠서요.” 성훈은 그렇게만 대답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창밖을 보며 대게 철이 다 지났다고 휴게소 이름과 커브의 각도는 다 기억하면서, 아들의 삶에서 가장 큰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울진의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아버지는 일찍 잠들었고, 성훈은 바닷가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끊은 지 오 년 만이었다. 그는 아버지가 운전하던 시절을 거의 몰랐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새벽에 들어와 낮에 자고 밤에 다시 나갔다. 어린 성훈에게 아버지는 늘 등을 돌리고 자는 사람이었다. 그 등 너머에 이 길이 있었다는 것을 성훈은 마흔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된 셈이었다.
이튿날 삼척과 강릉을 지나 속초에 이르자 아버지의 말수가 부쩍 줄었다. 길이 바뀐 탓이었다. 새로 난 터널이 아버지가 기억하는 길을 대부분 지워 버렸다. “여가 어디고.” 아버지는 몇 번이나 같은 질문을 했다. 성훈은 그때마다 차분하게 지명을 알려 주었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모르는 길을 아들이 안내하고 있었다.
고성의 끝, 더는 북쪽으로 갈 수 없는 곳에서 차를 세웠다. 철조망 너머로 길이 계속 이어지는 듯했지만 그것은 바다 안개였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그쪽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여까지밖에 못 봤다. 서른 해를 달렸는데 맨날 여서 돌아갔다.” 그러고는 성훈을 돌아보았다. “니 혼자 사는 거, 안다. 아까는 그냥 물어본 니가 한 번이라도 니 입으로 말해 싶어서.”
성훈은 한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바닷바람이 차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러다 그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했다. 왜 헤어졌는지, 그 뒤로 얼마나 자주 혼자 저녁을 먹었는지. 아버지는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들었다. 다 듣고 나서는 한마디만 했다. “내려가는 길은 니가 운전해라. 잘란다.” 아버지는 그 말대로 남쪽으로 내려가는 내내 잤다. 성훈은 아버지가 깨어나면 오늘을 기억할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자기는 잊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알았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was the father's one wish after the diagnosis?
2. What upset Seonghun near Yeongdeok?
3. Why did the father become quiet after Sokcho?
4. What does the father admit at the end of the road in Gos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