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제물포에서 온 시계
In 1888, a young porter at the newly opened port of Jemulpo is paid ten times his usual fee to carry a mysterious ticking box to Hanyang on his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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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갯벌 · tidal mudflat
- 포구 · small harbour, fishing port
- 썰물 · ebb tide
- 화륜선 · steamship (the old word for it)
- 지게 · A-frame carrier worn on the back
- 당오전 · a copper coin minted from 1883, nominally worth five old coins
- 역관 · official interpreter (of the Joseon court)
- 째깍거리다 · to tick
- 나루 · ferry crossing
- 괘종시계 · pendulum clock that strikes the hours
- 태엽 · clock spring (wound with a key)
- 셈하다 · to count up, reck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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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보가 열두 살 되던 해까지만 해도 제물포는 초가 몇 채가 전부인 작은 지면 아버지는 망둥이를 잡으러 나갔고, 어머니는 캐 온 굴을 머리에 이고 장에 나가 팔았다. 바다는 늘 같은 때에 물러났다가 같은 때에 돌아왔고, 마을 사람들은 그 물때에 맞춰 잠들고 일어났다. 그런데 계미년, 그러니까 1883년에 조정이 이 작은 외국 배에 열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몇 해 지나지 않아 갯가에는 일본 사람들의 이층 목조 건물이 줄지어 들어섰고, 그 옆 골목에는 청나라 상인들의 붉은 등이 걸렸다. 언덕 위에는 서양 사람들이 돌로 지은 집과 공원이 생겼다. 검은 연기를 뿜는 들어올 때마다 선창은 짐과 사람과 고함 소리로 들끓었다. 아버지는 그물을 접었고, 열일곱 살이 된 덕보는 하나로 먹고살았다. 배에서 내린 짐을 창고까지 져 나르면 한 짐에 몇 닢이 손에 떨어졌다. 덕보는 그 짐들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궁금해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무자년 늦가을이었다. 서양 상회의 조선인 통역이 덕보를 불러 세우더니 나무 상자 하나를 가리켰다. 덕보의 키만 한 상자였다. “이걸 한양 정동의 박 댁까지 지고 가거라. 내일 새벽에 떠나서 해 지기 전에는 닿아야 한다. 절대로 눕혀서는 안 되고,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네 목숨으로도 못 갚는다.” 삯은 평소의 열 배였다. 덕보는 대답 대신 끈을 고쳐 맸다.
이튿날 새벽, 덕보는 상자를 지고 길을 나섰다. 아직 철길이 놓이기 전이라 한양까지 팔십 리를 오로지 두 다리로 걸어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상자 안에서 무언가가 쉬지 않고 것이었다. 걸음을 멈춰도, 숨을 죽여도 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덕보는 짐승의 심장을 등에 지고 가는 것만 같아 등골이 서늘해졌다. 고개를 넘을 때도, 주막에서 국밥을 먹을 때도 그 소리는 한결같았다. 어느새 덕보는 그 소리에 발을 맞추고 있었다.
탈이 난 것은 노량 나루에서였다. 한강을 건너는 나룻배에는 장꾼과 소와 닭장이 한데 실려 있었는데, 배가 기우뚱하자 소가 놀라 날뛰는 통에 사람들이 한쪽으로 우르르 쏠렸다. 덕보는 상자를 끌어안고 버텼다. 다행히 상자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강을 다 건넜을 때 덕보는 깨달았다. 소리가 멎어 있었다. 아무리 귀를 대 보아도 상자 안은 무덤처럼 조용했다.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정동에 닿은 덕보는 마당에 무릎부터 꿇었다. “나리,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오는 길에 이것이 그만 숨이 끊어졌습니다.” 상자를 열어 본 박 허허 웃었다. 안에는 유리문이 달린 키 큰 나무 궤가 들어 있었고, 그 속에 놋쇠 추가 매달려 있었다. “이것은 물건이다. 죽은 게 아니라 잠든 게야. 서양 사람들은 해를 보고 일어나지 않고 이걸 보고 일어난다더구나.” 작은 열쇠로 감고 추를 살짝 밀자, 째깍 소리가 다시 살아났다.
그런데 바늘을 돌리다 말고 고개를 갸웃했다. “가만, 지금이 몇 시인지를 알아야 바늘을 맞출 게 아니냐. 우리 집에 이것 말고 시계가 또 있을 리 없고.” 둘은 한참을 의논했다. 덕보가 제물포를 떠난 것은 첫닭이 울 무렵이었고, 소동이 난 것은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였다. 덕보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마침내 바늘을 여섯 시에 맞추었다. “그러니까 이 집의 첫 시각은 네 다리가 정한 셈이로구나.”
그로부터 십여 년이 흐른 기해년 가을, 제물포와 노량진 사이에 기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기차는 시계에 맞춰 떠나고 시계에 맞춰 닿았다. 늙어 가는 덕보는 정거장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볼 때마다 혼자 웃곤 했다. 저 바늘들이 저렇게 의젓하게 돌아가기 전에, 누군가는 그 시각을 두 다리로 재어야 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었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changed everything for Jemulpo in 1883?
2. Why was Deokbo terrified after crossing the Han River?
3. How did Park, the court interpreter in Hanyang, explain the silence?
4. How was the clock's time first 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