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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돌반지

A woman remembers the winter of 1997, when her father's company went under and her mother took the family's gold to the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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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구제 금융 · bailout
  • 치솟다 · to shoot up
  • 중견 · mid-sized (company)
  • 부도를 내다 · to go bankrupt (default on payments)
  • 대합실 · (station) waiting room
  • 구인란 · job-ads column
  • 들킬세라 · for fear of being found out (literary)
  • 금붙이 · gold items, gold jewellery
  • 돈 · don (a unit of weight for gold, 3.75 g)
  • 만지작거리다 · to fiddle with
  • 시세 · market price
  • 고스란히 · entirely, inta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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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1월 21일 밤, 텔레비전 뉴스에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 그러니까 IMF에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열한 살이던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다만 저녁을 먹던 아버지가 숟가락을 내려놓고 한참 동안 화면만 바라보던 모습은 지금도 또렷하다. 그해 초부터 큰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는 것도, 연말이 되자 달러 환율이 거의 이천 원까지 것도 나는 한참 뒤에야 책에서 배웠다.

아버지는 수원에 있는 건설 회사의 과장이었다. 십이월의 어느 날 회사가 냈지만, 아버지는 그 사실을 우리에게 말하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일곱 시면 넥타이를 매고 집을 나섰고, 저녁 일곱 시면 돌아왔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구두가 유난히 빨리 닳는다는 것뿐이었다. 그 많던 시간을 아버지가 어디서 보냈는지 나는 겨울 방학이 되어서야 알았다. 친구와 수원역 근처 서점에 갔다가, 의자에 양복을 입은 채 앉아 신문의 오려 내는 아버지를 보았다. 나는 아는 척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신문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해가 바뀌고 1998년 1월, 나라 곳곳에서 금 모으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은행 앞마다 장롱 속 들고 나온 사람들이 줄을 섰다. 결혼반지, 아이들 돌반지, 효도 선물로 받은 금 거북이까지 쏟아져 나왔다. 그 물결 속에 서 있노라면 나라가 정말 다시 일어설 것 같았다고, 어머니는 오랜 뒤에 말했다.

어느 일요일 밤, 어머니가 안방 장롱에서 빨간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할머니가 내 돌잔치 때 끼워 주셨다는 반 반지가 들어 있었다. “은영아, 이거 나라에 내도 될까?” 나는 싫다고 울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그 반지는 내가 가진 것 가운데 할머니를 기억하게 하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회사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 회사 없어졌어. 미안하다. 그래도 그 반지는 네 거니까, 네가 정해.”

다음 날 나는 반지를 들고 어머니와 은행에 갔다. 한 시간 넘게 줄을 서는 동안 나는 반지를 주머니 속에서 수십 번 창구 직원은 반지를 저울에 올려 무게를 재더니 어머니에게 서류 한 장과 돈을 건넸다. 나는 깜짝 놀랐다. 나라에 바치는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을 팔았고, 모인 금은 대부분 해외로 수출되어 달러가 되었다. 그날 받은 돈은 그달 관리비가 되었다.

그해 겨울 우리 반에서만 세 명이 전학을 갔다. 누구네 아버지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문이 돌 때마다 아이들은 괜히 목소리를 낮췄다. 아버지는 이듬해 봄 작은 설비 업체에 다시 취직했다. 월급은 예전의 절반이었고 출근은 더 이른 시간이었지만, 아버지는 더 이상 수원역 대합실에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십 년 뒤, 내가 첫 월급을 받던 날 아버지가 작은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반 금반지였다. 상자 안에는 누렇게 바랜 은행 서류도 함께 들어 있었다. 1998년 1월, 금 반 돈, 이은영. “그때 판 거 갚는 거다.” 아버지는 그렇게만 말하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반지는 내 손가락에 맞지 않았다. 돌잔치 때처럼, 너무 컸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How did the narrator find out what her father was really doing during the day?

2. Why did the narrator not want to give up the ring?

3. What surprised the narrator at the bank?

4. What does the father do ten years l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