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같은 강
On their usual bench by the Han River, a retired taxi driver tells his old friend he will stop visiting his wife, who no longer recognises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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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1)
- 윤리 · ethics (as a school subject)
- 순전히 · purely, entirely
- 요양원 · care home, nursing home
- 마지못하다 · to do reluctantly
- 자네 · you (used by an older man to a friend or junior)
- 코웃음을 치다 · to snort dismissively
- 쌩 · whoosh (sound of something passing fast)
- 몫 · share, portion
- 대수롭다 · to be important (usually negated: no big deal)
- 굽 · heel (of a shoe)
- 기울다 · to sink, lean (of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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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한강공원의 그 벤치는 오후 세 시면 그늘이 진다. 상구와 영길은 그 시간에 맞춰 이 벤치에 앉은 지 십 년이 넘었다. 한 사람은 서른 해 동안 택시를 몰았고, 한 사람은 서른 해 동안 고등학교에서 가르쳤다. 둘이 친구가 된 것은 바둑 때문이었는데, 요즘은 바둑판을 펴지 않은 지 오래였다.
“어제도 못 알아보더라.” 상구가 캔커피 뚜껑을 따며 말했다. 선생님이 남편분 오셨어요, 했더니 정희가 나를 한참 보더니 고개를 숙이는 거야. 손님한테 하듯이. 그래서 나도 같이 숙였지.” 영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물이 오후 햇빛을 잘게 부수며 흘러가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 이제 매일은 안 가려고. 일주일에 한 번만. 나를 모르는 사람한테 매일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의미라.” 영길이 지팡이 끝으로 땅을 톡톡 쳤다. “하나 물어보자. 저 강, 우리가 처음 여기 앉았을 때랑 같은 강이냐?” “또 시작이네.” “대답이나 해 봐.” 상구는 강을 바라보았다. “같은 강이지. 한강이 어디 가냐.” “그럼 물은? 그때 흐르던 물은 벌써 서해로 다 빠져나갔잖아. 지금 저기 있는 물 중에 십 년 전 물은 한 방울도 없어. 그래도 같은 강이야?”
상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물이 바뀌어도 강은 강이지. 강이 흐르는 자리가 있으니까.” “그렇지.” 영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희 씨도 마찬가지 아닐까. 기억은 물처럼 빠져나갔어도 정희 씨가 흐르던 자리는 그대로잖아. 옆자리.” 상구가 쳤다. “말은 그럴듯하다. 근데 강은 누가 자기를 알아보든 말든 상관없잖아. 나는 상관있어. 사람은 서로 알아봐야 사람이지.”
이번에는 영길이 한참 말이 없었다. 자전거를 탄 학생들이 둘 앞을 하고 지나갔다. “그럼 이렇게 생각해 봐.” 영길이 천천히 말했다. “서로를 기억하는 게 부부라면, 지금은 그 일을 혼자 하고 있는 거야. 둘이 들던 짐을 혼자 드니까 무거운 거지. 무겁다고 내려놓은들 가벼워지겠어? 정희 씨 기억해 주는 수밖에.” “그러다 나까지 잊어버리면?” 상구가 물었다. 반쯤은 농담이었고, 반쯤은 아니었다.
“그럼 내가 기억해야지.” 영길이 않다는 듯 말했다. 정희 씨 데리고 신혼여행 간 데가 경주였지. 불국사에서 사진 찍다가 정희 씨 구두 부러져서 업고 내려왔고. 그 얘기를 내가 몇 번 들었는지 알아? 백 번은 넘을 거다. 다 외웠어.” 상구가 웃음을 터뜨렸다. “부러진 게 아니라 빠진 거야. “봐, 아직은 나보다 잘 기억하잖아.”
해가 조금 상구는 빈 캔을 손안에서 굴리다가 일어섰다. 저녁 시간이 다섯 시 반이야. 지금 가면 밥 먹는 거 볼 수 있겠다.” “매일은 안 간다며.” “내일부터 안 갈 거야.” 영길은 대답 대신 손을 흔들었다. 둘 다 알고 있었다. 상구는 내일도 갈 것이고, 모레도 갈 것이다. 그리고 다음 주 수요일 오후 세 시에는 이 벤치에 앉아 또 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물은 바뀌어도 강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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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at has Sanggu decided at the start of the conversation?
2. What point does Yeonggil make with the river?
3. How does Sanggu object to the comparison?
4. What do both men know at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