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서울말 공책
A woman from North Korea who works in a bakery in Nowon is asked to train a new employee from Daegu.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하나원 · the government resettlement centre for people arriving from North Korea
- 빼곡히 · densely, packed closely
- 악의 · ill will, malice
- 포대 · sack
- 진땀을 흘리다 · to sweat bullets, be flustered
- 따시다 · warm (Gyeongsang dialect)
- 드릴까예 · shall I (do it) for you? (Gyeongsang polite ending)
- 우째 · how (Gyeongsang dialect)
- 단디 · carefully, properly (Gyeongsang dialect)
- 피란 · fleeing as a refugee (here, during the Korean War)
- 빤히 · staring, fixedly
- 치대다 · to knead (dough) 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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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의 가방에는 늘 손바닥만 한 공책이 들어 있다. 첫 장에는 육 년 전 나오던 날 적은 단어들이 있다. ‘카드 찍다, 환승, 원 플러스 원.’ 그 아래로 날짜와 함께 단어가 이어진다. 디저트, 트레이, 컨펌, 텐션. 노원역 앞 빵집에서 일한 지 이 년, 공책은 벌써 세 권째였다.
처음 몇 달은 입을 여는 것이 무서웠다. 말투만 듣고도 손님들은 그녀를 한 번 더 쳐다봤다. “어디서 오셨어요? 연변?” 처음에는 사실대로 말했더니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거기서는 뭘 먹었느냐, 가족은 어떻게 되느냐, 고생 많이 했겠다. 없다는 걸 알기에 더 피곤했다. 언젠가부터 금희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강원도 위쪽이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손님들은 대개 고개를 끄덕이고 빵값을 냈다.
사장님은 좋은 사람이었다. 다만 금희를 대할 때면 목소리가 반 톤쯤 부드러워졌다. 무거운 밀가루 남자 직원에게 맡기라고 했고,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말부터 했다. 금희는 그 친절이 고마우면서도 어딘가 불편했다. 고향에서 그녀는 식당 주방을 십 년 동안 맡았던 사람이었다. 반죽의 온도는 손등만 대 봐도 알았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일이었다.
그해 봄, 대구에서 올라온 스무 살 민재가 새로 들어왔다. 사장님은 금희에게 신입 교육을 맡겼다. 첫날부터 민재는 손님 앞에서 “이거 데워 손님이 되묻자 민재의 얼굴이 빨개졌다. 계산이 끝난 뒤 그 손님이 물었다. “학생, 어디서 왔어요?” 금희는 그 질문의 온도를 너무 잘 알았다. 민재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씩 웃었다. “대구요. 서울말은 아직 연습 중이라예.” 손님도 따라 웃었다.
그날 마감을 하면서 민재가 물었다. “누나는 서울말을 그래 잘해요? 저는 맨날 틀리는데.” 금희는 대답 대신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보여 주었다. 민재는 한참 동안 페이지를 넘기더니 고개를 들었다. “누나도 처음엔 다 몰랐네예.” 그날 밤 공책에는 새로운 단어가 몇 개 더해졌다. 금희는 이번에는 그 옆에 서울말이 아니라 대구말이라고 적었다.
한 달쯤 지나고 보니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 가게에 오는 사람 가운데 서울에서 태어난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침마다 크루아상을 사 가는 간호사는 목포 출신이었고, 단팥빵만 고집하는 할아버지는 내려온 부모 밑에서 자랐다고 했다. 사장님조차 고등학교까지 청주에서 다녔다. 다들 어딘가에서 와서, 어딘가의 말을 조금씩 지운 채 살고 있었다. 금희만 특별한 데서 온 것이 아니었다. 조금 더 멀리서 왔을 뿐이었다.
여름이 끝나 갈 무렵, 엄마 손을 잡고 온 일곱 살쯤 된 여자아이가 계산대 앞에서 금희를 올려다보았다. “이모는 말이 왜 노래 같아요?” 아이 엄마가 당황해서 아이의 팔을 당겼다. 금희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육 년 만에 처음으로, 미리 준비해 둔 대답이 아닌 말을 했다. “이모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왔어. 거기 말이 원래 이래.” 아이가 물었다. “거기 멀어요?” 금희는 잠깐 생각했다. “기차로는 못 가. 그래도 생각보다는 가까워.”
그날 밤 금희는 공책의 맨 뒷장을 펼쳤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처음으로, 배운 단어가 아니라 가르쳐 줄 단어를 적어 보았다. 고향에서 어머니가 반죽을 하던 말들이었다. 언젠가 민재에게, 아니면 그 아이에게 들려줄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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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did Geumhui start answering that she came from "강원도 위쪽"?
2. What bothered Geumhui about the way her boss treated her?
3. What did Geumhui notice after about a month with Minjae?
4. What did Geumhui write at the back of her notebook that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