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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흔들지 않은 소리

A gayageum player injures the hand that gives the instrument its trembling voice, and her old teacher gives her a strange exercise.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약지 · ring finger
  • 저릿하다 · to tingle, feel numb
  • 진양조 · the slowest rhythmic cycle in Korean traditional music
  • 장담하다 · to guarantee, promise for certain
  • 농현 · pressing and shaking a string with the left hand to bend and vibrate the note
  • 휴직계 · request for leave of absence
  • 산조 · sanjo, a solo instrumental form of Korean traditional music
  • 퉁기다 · to pluck (a string)
  • 사그라지다 · to die away, fade out
  • 절제 · restraint
  • 여백 · empty space, blank margin
  • 경지 · level of mast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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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의 왼손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한 것은 정기 공연을 한 달 앞둔 장마철이었다. 처음에는 줄을 누를 때 손끝이 조금 정도였다. 연습량이 늘면 흔히 있는 일이라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첫 대목에서 줄을 깊이 눌러 흔드는 순간 손목에서 무언가 툭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형외과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최소 여섯 달은 악기 만지지 마세요. 그 뒤에도 예전처럼 쓸 수 있을지는 못 합니다.”

가야금에서 오른손이 소리를 낸다면 왼손은 그 소리에 숨을 불어넣는다. 줄을 눌러 음을 밀어 올리고, 떨게 하고, 꺾어 내리는 없으면 가야금은 줄 열두 개가 달린 나무 상자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소정은 이십 년 동안 그렇게 배웠다. 국악단에는 냈다. 단원들이 보낸 위로 문자에는 하나같이 ‘금방 돌아올 거야’라는 말이 들어 있었다. 소정은 그 말이 위로인지 주문인지 알 수 없었다.

석 달째 되던 날, 소정은 오랜만에 스승 박덕순 선생님을 찾아갔다. 여든둘의 선생님은 북촌의 낡은 한옥에서 지금도 제자 몇 명을 가르치고 있었다. 깁스를 푼 소정의 손목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선생님이 엉뚱한 말을 했다. “오른손은 멀쩡하지? 그럼 타 봐. 왼손은 무릎에 올려놓고.” 소정은 어이가 없었다. 왼손 없이 타는 무슨 그래도 스승의 말이기에 악기 앞에 앉았다.

흔들지 않은 소리는 낯설었다. 줄을 소리는 곧게 나아가다가 아무런 꾸밈 없이 처음 몇 분 동안 소정은 그 밋밋함을 견딜 수 없었다. 그런데 계속 타다 보니 이상한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 음이 사라지고 다음 음이 오기 전의 짧은 틈, 그동안 덮여 한 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빈자리였다. 선생님은 눈을 감고 듣고 있었다. “거기. 그 사이가 들리지?”

연습이 끝나고 선생님이 차를 따르며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나도 서른여덟에 왼손을 다쳤어. 연탄 나르다가 넘어져서. 그 뒤로는 예전처럼 깊이 누르질 못했지.” 소정은 찻잔을 든 채 굳어 버렸다. 박덕순의 불렸다. 평론가들은 군더더기 없는 긴 두고 한 시대의 썼다. “다들 내가 덜 흔드는 걸 철학이라고 하더라. 철학은 무슨. 못 흔드니까 안 흔든 거지.” 선생님은 웃었다. “근데 사노라면 그렇게 된 것이 내 것이 되기도 하더라.”

그날 이후 소정은 매일 오른손으로만 한 시간씩 줄을 탔다. 재활 치료를 받으며 왼손에 힘이 조금씩 돌아오자 아주 얕은 다시 시작했다. 예전의 소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소리가 생겼다. 흔들 데와 흔들지 않을 데를 고르는 소리였다.

이듬해 봄, 소정은 국악단의 작은 무대로 돌아왔다. 공연이 끝난 뒤 한 젊은 단원이 다가와 물었다. “언니, 해석이 많이 바뀌셨네요. 일부러 비우신 거죠?” 소정은 잠깐 생각했다. 객석 맨 뒷줄에서 선생님이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 것이 보였다. “응, 일부러.” 그녀는 그렇게 대답했다. 반은 거짓말이었고, 반은 이제 참말이었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did the doctor tell Sojeong?

2. What did Sojeong begin to hear when she played without her left hand?

3. What did the teacher reveal about her famous restrained style?

4. What does the last line suggest about Sojeong's answer, "응, 일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