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삭다
A translator preparing an anthology for a London publisher gets stuck on the last word of a short poem by a fishmonger-poet from Suncheon.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삭다 · to mature, ferment (of food); to wear out, crumble (of cloth, wood, the body)
- 선집 · anthology
- 절판되다 · to go out of print
- 젓갈 · salted fermented seafood
- 묵다 · to age, be kept a long time
- 부스러지다 · to crumble
- 각주 · footnote
- 군더더기 · anything superfluous, padding
- 반들반들하다 · to be polished smooth and shiny
- 옹기 · Korean earthenware (for storing sauces and pickles)
- 닳다 · to wear down, be worn away
- 역자 후기 · translator's afterw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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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윤서는 사흘째 한 단어 앞에서 멈춰 있었다. 런던의 한 출판사가 기획한 한국 현대시 모두 열두 편이 실릴 예정이었고, 열한 편은 이미 편집자에게 넘긴 뒤였다. 남은 것은 지난봄 여든둘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시인 문정숙의 ‘항아리’였다. 순천에서 평생 가게를 하면서 시를 쓴 사람이었다. 시집은 두 권뿐이었고, 그나마 둘 다
시는 짧았다. ‘어머니는 해 질 녘마다 / 장독 뚜껑을 열고 / 하루치 한숨을 덜어 넣으셨다 / 소금은 말이 없고 / 항아리는 다 듣는다 / 그해 겨울 어머니의 손이 / 장보다 먼저 앞의 여섯 줄은 하루 만에 옮겼다. 걸린 것은 마지막 줄의 ‘삭았다’였다.
젓갈이나 김치가 오래 맛이 깊어지는 것도 것이요, 천이나 나무가 낡아 힘없이 것도 것이다. 한국어는 이 두 가지를 한 단어에 담아 두었지만, 영어는 어느 한쪽을 고르라고 했다. 익었다고 옮기면 어머니의 손은 세월이 맛을 들인 손이 되고, 썩었다고 옮기면 그저 병들어 가는 손이 된다. 시인이 살아 있다면 물어나 보련만, 이제 와서 누구에게 물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윤서는 두 번역을 나란히 써 놓고 밤마다 하나씩 지웠다가 다시 살려 냈다.
편집자의 답장은 짧았다. 영어권 독자는 읽지 않으니 하나만 고르라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었다. 붙은 시는 박물관 유리 너머의 그릇처럼 보이기 마련이다. 윤서는 마감을 일주일만 미뤄 달라고 부탁하고, 출판사에서 받은 연락처로 시인의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그 말을 두 가지로 다 쓰셨어요.” 쉰을 갓 넘긴 딸 정은 씨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시처럼 없었다. “멸치젓 담글 때도 잘 하시고, 당신 손을 보면서도 다 하셨거든요. 근데 손 얘기를 하실 때는 꼭 웃으셨어요.” 잠시 말이 끊겼다. “장독은 아직 마당에 있어요. 보러 오실래요?”
순천의 가게는 문을 닫은 지 반년이 넘었지만 마당에는 여전히 짠 냄새가 배어 있었다. 정은 씨가 가장 큰 항아리의 뚜껑을 열자 삼 년 멸치젓이 검붉게 가라앉아 있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담그신 거예요. 아까워서 못 퍼내고 있어요.” 그러나 윤서의 눈에 들어온 것은 뚜껑이었다. 손잡이 둘레만 유난히 육십 년 동안 매일 저녁 같은 자리를 쥐고 들어 올린 손이 거친 표면을 조금씩 갈아 낸 자국이었다. 것은 손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없어진 것은 어디론가 사라진 게 아니라 항아리 속의 맛이 되어 있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에서 윤서는 마지막 줄을 다시 썼다. 익었다도 썩었다도 아닌, 굳이 우리말로 되옮기자면 ‘장보다 먼저 소금이 되었다’에 가까운 문장이었다. 원문에서 한 걸음 멀어졌다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둘 중 하나를 버리지는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틀 뒤 편집자에게서 답장이 왔다. 전체에서 가장 좋은 줄이라는 칭찬이었다.
그래도 윤서는 끝내 한 가지를 고집했다. 책 맨 뒤 마지막 문장이었다. ‘한국어에서는 익어 가는 것과 가는 것을 같은 단어로 부른다. 문정숙의 어머니에게 그 둘은 한 번도 다른 일이 아니었다.’ 독자가 읽지 않는다고 했지, 읽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았으니까.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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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was the last line of the poem so hard to translate?
2. What did the editor tell Yunseo?
3. What caught Yunseo's eye in the courtyard in Suncheon?
4. Where did Yunseo finally explain the word's double mea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