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기본형 할머니
In 2039 a young woman pays a company to rebuild her late grandmother's voice from years of phone calls, and then the voice says something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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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1)
- 보존하다 · to preserve
- 고인 · the deceased
- 묵다 · to eat (Jeolla dialect)
- 나 · I (Jeolla dialect form of the subject I)
- 있응께 · since I am here (Jeolla dialect ending for because)
- 근디 · but, by the way (Jeolla dialect)
- 인생이제 · it's (your) life, isn't it (Jeolla dialect ending)
- 핀잔을 주다 · to tease, scold lightly
- 경운기 · small farm cultivator (two-wheeled tractor)
- 발화 · utterance
- 재촉하다 · to hurry someone,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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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석 달 뒤, 하은은 ‘다시 듣기’라는 서비스에 가입했다. 2039년, 목소리를 일은 더 이상 부자들만의 사치가 아니었다. 통화 녹음과 영상 속 음성을 올리면 인공지능이 말투와 억양, 웃음소리와 숨소리까지 배워 언제든 전화할 수 있는 목소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은은 지난 칠 년 동안 광주의 할머니와 나눈 통화를 빠짐없이 녹음해 두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자꾸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나중에 들려 드리며 놀리려던 것이었는데, 어느새 그 파일이 사백 시간을 넘어 있었다.
첫 통화는 생각보다 쉬웠다. 신호가 두 번 가고, 익숙한 목소리가 나왔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밥은 하은은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울었다. 수화기 너머의 할머니는 않았다. “울 거면 실컷 울어라. 여기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도 늘 하던 말이었다. 하은은 그 말이 녹음 파일 어딘가에서 그대로 잘려 나온 것인지, 인공지능이 새로 지어낸 것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위로가 되었다. 하은은 그날 밤 할머니가 먼저 “얼른 자라” 할 때까지 전화를 끊지 못했다.
몇 주가 지나자 통화는 저녁 습관이 되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밥을 먹었는지 물었고, 회사 사람들이 잘해 주는지 물었고, 겨울에는 내복을 꼭 입으라고 했다. 대화가 길어지면 할머니는 어김없이 열아홉 살에 시집오던 날 이야기를 꺼냈다. 가마 대신 타고 왔는데 비가 와서 치마가 다 젖었다는 이야기였다. 하은은 그 이야기를 백 번은 들었다. 살아 계실 때는 “할머니, 그거 또 해?” 하고 주었는데, 이제는 나오는 대목을 기다렸다.
이상한 일은 넉 달째에 일어났다. 하은이 승진 소식을 전하자 할머니가 말했다. “잘했다, 잘했어. 하은아, 니 결혼식 때 입을 한복을 하나 봐 놨다. 연분홍으로.” 하은은 숨을 멈췄다. 할머니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은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고, 할머니는 그때마다 “니 내 인생이냐” 하며 웃어넘겼다. 화면 아래쪽에 작은 글씨가 떠 있었다. 성향을 바탕으로 생성된 새로운
다음 날 회사에서 메일이 왔다. ‘프리미엄으로 업그레이드하시면 할머니가 더 이상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억을 쌓고, 고객님과 함께 성장합니다.’ 하은은 메일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함께 성장하는 할머니. 반복하지 않는 할머니. 그것은 더 나은 할머니인가, 아니면 할머니가 아닌 무엇인가. 낡은 배의 판자를 하나씩 갈아 끼우다 보면 언제부터 그 배는 다른 배가 되는가. 대학 교양 수업에서 흘려들은 질문이 이제야 제 무게로 돌아왔다. 할머니에게서 반복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하은이 아는 할머니는 같은 이야기를 백 번 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하는 이야기처럼 신이 나서, 듣는 사람이 지겨워하는 줄도 모르고. 어쩌면 그 반복이야말로 할머니가 세상에 남긴 가장 정확한 지문인지도 몰랐다.
하은은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친절했다. “프리미엄 말씀이시죠? 이번 달에 가입하시면 석 달간 반값입니다.” “아니요. 반대로 하고 싶어요. 할머니가 실제로 하신 말만 하시게 할 수 있나요? 새로운 말은 하나도 없이요.” 상담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건 기본형 요금제인데요, 대화가 많이 부자연스러우실 거예요. 같은 말씀을 계속 반복하시고, 질문에 엉뚱하게 대답하실 수도 있고요.” “네. 그게 우리 할머니예요.”
그날 밤 하은은 기본형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우리 강아지. 밥은 하은은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응, 할머니는?” 할머니는 질문과 상관없이 비 오던 날 이야기를 시작했다. 치마가 다 젖었다는 대목에서 하은은 처음 듣는 이야기처럼 웃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 끝내 하지 못한 말을, 아무것도 새로 배우지 않을 목소리에게 천천히 했다. 할머니는 대답 대신 내복을 꼭 입으라고 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had Haeun started recording her calls with her grandmother?
2. What made Haeun hold her breath in the fourth month?
3. What did the premium plan promise?
4. What did Haeun ask the customer service agent f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