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두 개의 서울
A man who was ten in the Olympic summer of 1988 goes back to the apartment block his father helped build, and finds it rebuilt behind a glass d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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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1)
- 끝자락 · the far edge, outskirts
- 수세식 · flush (toilet)
- 굴렁쇠 · hoop (a children's toy rolled with a stick)
- 헐리다 · to be demolished
- 차단기 · barrier gate
- 외부인 · outsider, non-resident
- 구슬치기 · playing marbles
- 시세 · market price
- 우물쭈물하다 · to hesitate, hem and haw
- 정년퇴직 · retirement at the mandatory age
- 훑어보다 · to look someone 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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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여름, 나는 열 살이었고 서울은 공사 중이었다. 아니, 서울이 공사 중이었다기보다 서울 전체가 하나의 공사장이었다. 아버지는 그 공사장에서 일했다. 아침이면 도시락 두 개를 들고 나가서 밤이면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쓰고 돌아왔다. 그해 봄 우리 식구는 강동구 오 층짜리 아파트로 이사했다. 아버지가 직접 벽돌을 나른 단지였다. 엘리베이터는 없었지만 연탄 대신 기름보일러가 있었고, 화장실이 집 안에 있었다. 어머니는 이사 첫날 그 화장실 물을 세 번이나 내려 보았다.
그해 가을 올림픽이 열렸다. 개막식 날 우리 동 사람들은 텔레비전이 제일 큰 삼 층 집에 모였다. 화면 속에서 하얀 옷을 입은 아이 하나가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굴렸다. 그 순간 거실의 어른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나는 그 아이가 나보다도 어린 일곱 살이라는 사실이 이상하게 자랑스러웠다. 아버지는 소주잔을 든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나중에 어머니가 말해 주기를 그날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울었다고 했다.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는 끝내 묻지 못했다. 다만 그해 서울에는 무엇이든 될 것 같은, 조금은 어지러운 공기가 떠다녔다.
2026년 봄, 나는 마흔여덟 살이 되어 그 자리에 다시 섰다. 오 층짜리 아파트들은 진작 그 자리에는 삼십 층이 넘는 건물 수십 동이 하늘을 막고 서 있었다. 단지 이름은 영어인지 프랑스어인지 알 수 없는 낱말 두 개를 이어 붙인 것이었다. 정문에는 있었고, 보행자 출입구에는 카드를 대야 열리는 유리문이 있었다. 문 앞에는 출입 금지’라는 안내판이 정중하게 서 있었다. 한때 이 땅에서 하던 나는, 이제 이 땅의 외부인이었다.
유리문 너머로 아이들이 지나갔다. 다들 학원 가방을 메고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1988년의 우리는 해가 질 때까지 골목에서 놀다가 “밥 먹어라!” 하는 소리를 듣고서야 흩어졌다. 그때 아이들을 부르던 것은 어머니들의 목소리였고, 지금 아이들을 부르는 것은 학원 차의 경적이었다. 나는 부동산 앱을 열어 이 단지의 확인했다. 아버지가 평생 번 돈을 다 합쳐도 이 단지의 화장실 하나 값이 될까 말까 했다. 아버지는 이 땅에 아파트를 지었지만, 그 아파트는 이제 아버지의 아들을 들이지 않았다.
그때 경비실에서 한 노인이 나왔다. “어디 찾아오셨어요?”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옛날에 여기 살았다고, 그냥 한번 와 봤다고. 노인은 나를 위아래로 물었다. “몇 동이었는데요?” “칠 동이요. 삼 층에 텔레비전 제일 큰 집 있던 동.” 노인의 얼굴이 천천히 바뀌었다. “그 집이 우리 집이었어요.” 그는 개막식 날 거실 바닥에 나와 나란히 앉아 있던 동네 형이었다. 내가 그 집 텔레비전을 보려고 매일 저녁 문을 두드리던, 바로 그 형.
형은 하고 나서 이 단지에 경비원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오래전에 집을 팔고 떠난 동네에, 남의 집을 지키러 돌아온 것이다. 형은 출입카드를 대고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규정 위반이다. 딱 십 분만이야.” 우리는 놀이터 옆 벤치에 앉았다. 칠 동이 서 있던 자리쯤이었다. 형이 말했다. “그날 너희 아버지 화장실에서 우셨잖아. 나 그거 봤다.” “왜 우셨대요?” 형은 한참 하늘 쪽을 올려다보았다. “당신이 지은 집에서 올림픽을 보니까 그랬다고 하시더라.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온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1988년의 아버지와 2026년의 나 사이에는 같은 땅과 다른 서울이 있었다. 아버지의 서울은 자꾸만 문을 열어 주던 도시였고, 나의 서울은 정중하게 카드를 요구하는 도시였다. 십 분은 금방 지났다. 형은 다시 유리문을 열어 주었고,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돌아보니 형이 유리문 안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삼십팔 년 전 삼 층 현관에서 “내일 또 와라” 하고 손을 흔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did the narrator's mother do on the first day in the new flat?
2. What stopped the narrator at the rebuilt complex in 2026?
3. Who was the old security guard?
4. According to the guard, why had the narrator's father cried in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