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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명절 방어 세트, 지금 주문하세요

A live home-shopping show sells a kit of ready-made answers to relatives' nosy holiday questions, until a mother phones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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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1)
  • 쇼호스트 · home-shopping presenter
  • 말문이 막히다 · to be lost for words
  • 단골 질문 · the usual, stock questions
  • 모범 답안 · model answer
  • 무난하다 · to be safe, inoffensive
  • 사은품 · free gift (for buying)
  • 전을 부치다 · to fry savoury pancakes (a holiday chore)
  • 탄성 · gasp of admiration
  • 마감 임박 · closing soon, last chance
  • 폭주하다 · to flood in, pile up
  • 역류 · backflow, reverse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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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일주일 앞둔 밤 열 시 사십 분, 한 홈쇼핑 채널의 생방송 스튜디오에 조명이 들어왔다. 진수빈이 특유의 높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고객님들, 안녕하세요! 오늘 밤 딱 한 번, 이 구성 이 가격, 다시는 없습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괜히 가슴이 답답하시죠? 고향 가는 길이 막혀서가 아니라, 고향에 도착해서 거죠?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명절 방어 세트!”

화면에 상자 하나가 가득 잡혔다. 수빈 옆에 앉은 게스트, 이른바 명절 생존 전문가 박 교수가 상자를 열었다. “구성 보시겠습니다. 첫째, 친척 어르신들의 질문 오십 가지에 대한 답안 카드 오십 장. ‘취직은 했니?’, ‘결혼은 언제 하니?’, ‘애는 언제 낳니?’, ‘연봉은 얼마니?’ 그리고 명절 질문계의 스테디셀러, ‘살 좀 쪘네?’까지 모두 들어 있습니다.” 수빈이 카드 한 장을 집어 읽었다. “결혼은 언제 하니? 답안, ‘작은아버지, 요즘 주식은 좀 어떠세요?’ 와, 고객님들, 보셨어요? 질문을 질문으로 막는 겁니다. 이게 바로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거죠!”

“둘째, 이번에 새로 들어간 구성입니다. 귀에 쏙 들어가는 무선 이어폰형 인공지능 비서. 어르신이 질문을 하시면 영 점 삼 초 안에 가장 대답을 귓속에 속삭여 드립니다. 셋째, 오늘 방송에서만 드리는 전 면제 쿠폰 석 장!” 박 교수가 쿠폰을 부채처럼 펼쳐 보이자 스튜디오 스태프들 사이에서 터졌다. 수빈은 기다렸다는 듯 화면 오른쪽 위를 가리켰다. “지금 주문 수량 올라가는 거 보이시죠? 벌써 삼천 세트 돌파했습니다. ARS로 주문하시면 오천 원 추가 할인! 마감 고객님들!”

그때 피디의 신호가 들어왔다. 시청자 전화 연결이었다. 수빈이 반갑게 외쳤다. “네, 전화 주신 고객님, 어디 사시는 누구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나이 지긋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산 사는 예순세 살 아줌마예요. 근데요, 이거 우리 애들한테 왜 팔아요?” 스튜디오가 잠시 조용해졌다. “우리는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예요. 일 년에 두 번 보는 자식한테 뭘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취직했냐고 안 물으면 뭘 물어요? 그럼 우리는 뭘 사야 돼요?”

수빈의 눈빛이 흔들렸다. 대본에 없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이십 년 차 쇼호스트는 위기에서 매출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박 교수와 눈을 맞춘 뒤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 “고객님, 정말 좋은 질문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사실, 비밀리에 준비한 상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박 교수가 당황한 얼굴로 탁자 밑을 뒤지다가 빈 상자 하나를 꺼냈다. 수빈은 그 빈 상자를 두 손으로 높이 들었다. “부모님용 질문 대신 세트! 구성은 단 세 문장입니다. ‘밥은 먹었니?’, ‘요즘 힘들지?’, 그리고 ‘네가 와서 좋다.’ 이 세 마디면 오십 가지 질문이 필요 없습니다!”

주문 전화가 시작했다. 화면 오른쪽 위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갔다. 오 분 만에 질문 대신 세트는 매진되었다. 이상한 것은 주문한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 이삼십 대였다는 점이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선물하려고 산 것이었다. 정작 명절 방어 세트의 주문은 그 시각 이후로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방송 뒤 회의에서 상품 기획팀장은 이 현상을 두고 한참 고민하다가 보고서에 수요의 적었다.

방송이 끝나고 박 교수가 물었다. “근데 그 상자, 진짜로 비어 있었잖아요. 뭘 배송해요?” 수빈은 화장을 지우다 말고 잠시 생각했다. “카드 세 장 넣으면 되죠. 원가 이백 원.”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밥은 먹었어?’ 답장은 일 분 만에 왔다. ‘너 무슨 일 있니? 회사에서 잘렸어?’ 수빈은 소리 내어 웃었다. 아무래도 그 세트에는 두꺼운 사용 설명서가 필요할 것 같았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does the model answer card suggest saying when asked about marriage?

2. What was the free gift offered only on that broadcast?

3. What was the caller from Ansan's complaint?

4. Who bought half of the new set for par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