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시장에서 부른 소리
A prize-winning young pansori singer goes to an old master in Namwon, who sends her to sing to a waterfall for a hundred days and then somewhere har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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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명창 · master singer (of pansori)
- 근디 · but (Jeolla dialect)
- 넘 · other people (Jeolla dialect)
- 보드라고 · try it, see that you do (Jeolla dialect imperative)
- 인자 · now (Jeolla dialect)
- 여그 · here (Jeolla dialect)
- 혀 · does, must (Jeolla dialect for the verb do)
- 맹글다 · to make (Jeolla dialect)
- 기세등등하다 · to be full of confidence, cocky
- 좌판 · market stall (goods laid out on a board)
- 실랑이 · haggling, wrangling
- 조기 · yellow croaker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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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남원의 김말순 찾아간 것은 스물일곱 살 봄이었다. 서울에서 국악고와 대학을 다니며 판소리를 전공했고, 큰 대회에서 상도 두어 번 받았다. 그러나 무대에서 내려올 때마다 무언가 빠진 것 같은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심사위원들은 그녀의 소리가 정확하다고 했다. 정확하다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하은은 그 무렵에야 알았다. 그녀의 소리에는 틀린 데가 없었다. 그런데 틀린 데가 없는 소리를 듣고 우는 사람도 없었다.
팔순의 마루에 앉아 하은의 소리를 끝까지 들었다. 심청가의 한 대목이었다. 소리가 끝나자 부채를 탁 접고 말했다. “잘한다. 니 소리는 니 귀에만 들어가는 소리여. 귀에는 안 떨어져.” 하은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대답 대신 지리산 쪽을 턱으로 가리켰다. “백 일만 저 골짝 폭포 밑에서 소리해 폭포를 이기면 다시 와.”
하은은 산 아래 민박에 방을 얻고 매일 새벽 폭포로 올라갔다. 민박집 주인은 저녁마다 꿀물을 타서 방문 앞에 놓아 주었다. 옛 그랬다는 이야기는 책에서 읽었지만, 직접 해 보니 그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고문이었다. 물소리는 끝이 없었고, 하은의 목소리는 그 속에서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한 달째에는 목에서 피 맛이 났고, 두 달째에는 아예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석 달째가 되자 갈라진 목에서 전에 없던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칠고 탁한데, 이상하게 물소리를 뚫고 나가는 소리였다. 백 일째 되는 날 하은은 폭포를 향해 마지막 대목을 질렀고, 그 소리가 바위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들었다.
하은이 돌아오자 소리를 한 대목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폭포는 이겼구먼.” 그러고는 지팡이를 짚고 일어섰다. “가자.” 하은을 데리고 간 곳은 남원 공설시장의 생선 골목이었다. 아침 장이 한창이었다. 생선 장수들이 값을 부르고, 오토바이가 경적을 울리고, 어느 가게 스피커에서는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생선 사이 빈자리에 하은을 세웠다. 해 봐라. 심청이 아부지 눈 뜨는 대목.”
하은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폭포 밑에서처럼 소리를 내질렀다. 사람들이 힐끗 돌아보았다. 그러고는 다시 제 할 일로 돌아갔다. 생선 장수는 고등어 값을 깎아 달라는 손님과 계속 했고, 오토바이는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 하은의 소리는 폭포를 뚫었지만 시장은 뚫지 못했다. 한 대목이 끝났을 때 박수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말했다. “폭포는 니를 이길라고 안 그냥 지 소리를 낼 뿐이제. 사람은 달라. 사람들은 다 지 사정이 있어. 니 소리가 그 사정 안으로 들어가야
하은은 한참 시장 바닥을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지르지 않았다. 바로 앞 다듬던 할머니를 보며, 그 할머니 한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불렀다. 앞을 못 보던 아버지가 딸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대목에서 하은의 목소리가 저절로 낮아졌다. 다듬던 할머니의 손이 멈췄다. 할머니는 칼을 내려놓고 앞치마로 눈가를 훔쳤다. 그 옆의 생선 장수도 손님과 다투던 입을 다물었다.
소리가 끝나자 할머니가 하은의 손에 두 마리를 쥐여 주었다. “아가, 울 딸 생각이 나서 그려. 서울 가서는 전화 한 통이 없어.” 하은은 비린내 나는 비닐봉지를 받아 들고 고개를 숙였다. 큰 대회에서 받은 어떤 상보다 무거웠다.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소리는 폭포 밑에서 시장에서 쓰는 것이여. 니 소리가 귀에 떨어졌다.” 하은의 손에 들린 봉지를 보더니 허허 웃었다. “출연료 치고는 실하다.” 하은은 대답하지 않았다. 목은 여전히 갈라져 있었지만, 그날 처음으로 자기 소리가 어디에 가 닿는지 알 것 같았다.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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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at did competition judges usually say about Haeun's singing?
2. What happened to Haeun's voice in the second month at the waterfall?
3. According to the master, how are people different from a waterfall?
4. How did Haeun sing the second time in the mark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