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거꾸로 박힌 활자
Digitising newspapers from the 1970s, an archivist finds a typo the software wants to correct, and takes it to her grandfather, who once set type by hand.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지면 · newspaper page
- 활자 · printing type (a metal letter)
- 칭송하다 · to praise, extol
- 사설 · editorial
- 번영 · prosperity
- 식자공 · typesetter, compositor
- 편집국 · newsroom
- 교정 · proofreading
- 침침하다 · to be dim, blurry (of eyes)
- 오자 · typo, misprint
- 정정 기사 · correction notice
- 몸에 배다 · to become second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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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가 일하는 국립도서관 디지털화 팀은 하루에 신문 삼천 장을 스캔했다. 스캔한 문자 인식 프로그램을 거쳐 검색할 수 있는 글자로 바뀌었다. 프로그램은 똑똑했다. 오래된 뭉개져 있어도 앞뒤 문맥을 보고 알아서 고쳤고, 고친 자리에는 노란 표시를 남겼다. 지우의 일은 그 노란 표시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이었다. 대개는 지루한 일이었다. 1970년대 중반의 유난히 표시가 많았는데, 그 시절 신문은 납 사람 손으로 한 자 한 자 골라 짜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지우는 1975년 봄의 한 이상한 표시를 발견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문제의 문장은 이랬다. ‘이제 국민 모두에게 곰이 활짝 열려 있다.’ 프로그램은 ‘곰’을 ‘문’으로 고쳐 놓고 노란 표시를 붙였다. 확신도 구십구 점 팔 퍼센트. 당연한 수정이었다. 지우는 승인 버튼을 누르려다 손을 멈췄다. ‘문’ 자를 거꾸로 꽂으면 ‘곰’ 자가 된다는 것을, 그녀는 어릴 때 할아버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 강만석은 열여섯 살부터 서른 해 동안 신문사 일했다. 원고를 보고 납으로 된 글자를 골라 틀에 꽂아 넣는 일이었다. 거울에 비친 모양으로 짜야 종이에 바로 찍혔다. 식자공 한 사람이 하룻밤에 꽂는 수천 개였고, 그중 하나가 거꾸로 들어가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뒤집힌 글자를 읽는 데 너무 익숙해서, 손녀에게 동화책을 읽어 줄 때도 가끔 책을 거꾸로 들었다. 지우는 그게 할아버지만의 마술인 줄 알았다. 지금 할아버지는 아흔을 바라보며 요양원에 계셨고, 기억은 맑은 날과 흐린 날을 오갔다.
주말에 지우는 그 출력해 요양원에 갔다. 다행히 맑은 날이었다. 할아버지는 돋보기를 쓰고 한참 들여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곰’ 자를 톡톡 두드렸다. “이거, 내가 꽂은 거다.” “실수로요?” 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창밖을 보았다. “그날 그 우리 기자들이 쓴 게 아니었어. 위에서 내려온 원고였지. 그 주에 기자들이 몇이나 끌려갔는지 너는 모를 거다. 문이 열려 있다고? 우리 문은 그때 바깥에서 잠겨 있었어.”
할아버지는 그날 밤 일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보던 반장이 그 글자를 찾아내고는 할아버지를 불렀다고 했다. “자네, 이게 무슨 짓인가? 이대로 나가면 자네도 나도 무사하지 못하네.”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반장은 한참 그 글자를 노려보다가 교정지를 덮었다. “나는 오늘 눈이 좀 아무것도 못 봤어.” 그렇게 그 곰은 이튿날 아침 수십만 부의 신문에 실려 전국으로 나갔다. 알아본 독자가 몇이나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음 날 기사 한 줄로 조용히 묻혔다.
“그 시절엔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글자 하나 뒤집는 거. 그래도 뒤집어 놓은 걸 알아보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지.” 지우는 그 말을 오래 곱씹었다. 오십 년이 지나 그 글자를 알아본 사람이 하필 손녀라는 것이, 할아버지에게는 조금도 놀랍지 않은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출력한 종이를 곱게 접어 손녀에게 돌려주고는 다시 창밖을 보았다. 지우가 물었다. “할아버지, 그때 무섭지 않으셨어요?” “무서웠지. 그래서 제목은 못 건드리고 본문 글자 하나만 뒤집은 거다. 용기에도 활자처럼 크기가 있는 법이야.”
월요일 아침, 지우는 노란 표시 앞에 다시 앉았다. 프로그램은 여전히 확신에 차 있었다. 구십구 점 팔 퍼센트. 지우는 승인 대신 수정 거부를 누르고 메모 칸에 이렇게 적었다. ‘원문 그대로 둘 것. 아님.’ 잠시 망설이다가 한 줄을 더 보탰다. ‘이 글자는 거꾸로 읽어야 바로 보인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지우는 할아버지가 동화책을 거꾸로 들던 오후를 떠올렸다. 그것은 마술이 아니라, 평생 몸에 저항의 자세였는지도 몰랐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had the recognition software done with the word "곰"?
2. Why did the grandfather sometimes hold picture books upside down?
3. What did the foreman do when he found the upside-down letter?
4. What did Jiu do with the software's corr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