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문어와 피자
At their father's first memorial rite in a Pohang fishing town, his children fight in thick Gyeongsang dialect over what belongs on the offering table.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제사 · ancestral memorial rite
- 지론 · firm, long-held opinion
- 뭐 하노 · what are you doing? (Gyeongsang dialect)
- 아이가 · isn't it?, you know (Gyeongsang dialect)
- 그라믄 · then, in that case (Gyeongsang dialect)
- 묵다 · to eat (Gyeongsang dialect)
- 어데 있노 · where is there...? (Gyeongsang dialect)
- 막장 드라마 · trashy melodrama full of outrageous family fights
- 됐습니더 · that's enough (Gyeongsang dialect, polite ending)
- 지 · I, me (humble, Gyeongsang dialect)
- 와 인자 하노 · why are you only saying it now? (Gyeongsang dialect)
- 오셨는갑다 · he must have come (Gyeongsang dialect)
Select any text to highlight it, or a word to translate it or save it to your flashcards.
할아버지의 첫 포항 구룡포의 낡은 이층집에서 지냈다. 수빈은 서울에서 KTX와 버스를 갈아타고 오후 네 시에 도착했는데, 부엌은 이미 전쟁터였다. 큰어머니는 아침 여섯 시부터 전을 부치고 있었고, 고모는 아직 한 장도 부치지 않은 채 전 부치는 순서에 대해 의견을 내고 있었다. 마루에서는 큰아버지가 제사상 차리는 법이 적힌 책을 펴 놓고 안경을 이마에 올렸다 내렸다 했다. 아버지는 마당에서 담배를 피웠다. 이 집안에서 아버지가 맡은 역할은 언제나 마당이었다.
첫 번째 충돌은 문어였다. 경상도 제사상에 문어가 빠지면 상이 아니라는 것이 큰아버지의 그는 죽도시장에서 제일 큰 놈으로 사 왔다며 삶은 문어를 상 한가운데 놓았다. 고모가 그것을 보자마자 들고 있던 소쿠리를 내려놓았다. “오빠야, 니 지금 뭐 아부지 문어 안 드셨다 평생 배 타면서 문어 잡아 팔기만 했지, 그거 입에 대는 거 한 번이라도 봤나?” 니는 제사상을 니 입맛대로 차리까? 법이 있다, 법이.” “법은 무슨 법. 죽은 사람이 법 사나?”
두 번째 충돌은 피자였다. 고모가 들고 온 상자를 열자 치즈 냄새가 마루에 퍼졌다. 할아버지가 말년에 요양병원에서 유일하게 남기지 않고 드신 음식이 피자였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고모는 금요일마다 피자 한 판을 사 들고 병원에 갔고, 할아버지는 그것을 서양 부침개라 부르며 아이처럼 드셨다. 큰아버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제사상에 피자 올리는 집이 동네 사람들이 보믄 뭐라 카겠노!” “동네 사람들 우리 아부지 수빈은 그 순간 큰아버지가 요양병원에 몇 번이나 갔는지를 떠올렸고, 고모도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다는 것을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말은 금세 문어와 피자를 떠나 집으로 옮겨 갔다. 이 집을 팔 것인가, 누가 모실 것인가, 아부지 통장은 누가 쥐고 있었는가. 삼십 년 묵은 이야기들이 냉동실에서 꺼낸 생선처럼 하나씩 상 위에 올랐다. 큰아버지는 장남이라는 말을 다섯 번 했고, 고모는 “그래서 장남이 뭐 했는데?”를 여섯 번 했다. 아버지는 마당에서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수빈은 휴대폰을 꺼내 서울 친구에게 ‘지금 우리 집 드라마 생방송 중’이라고 보냈다가, 그런 자신이 싫어져 곧 지웠다.
그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던 사람이 큰어머니였다. 그녀는 마지막 동그랑땡을 접시에 올리고 앞치마를 벗어 곱게 갰다. “마 조용한 목소리였는데 마루가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이 집에 시집와서 서른한 번 아버님은 한 번도 전이 맛있다 소리를 안 하셨어예. 근데 돌아가시기 전에 병원에서 딱 한 번 그라시데예. 니가 고생 많았다, 내 지내지 마라.” 큰아버지의 입이 벌어졌다. “그런 말을 “물어보신 적이 없으니까예.”
아무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때, 조상님 들어오시라고 열어 둔 대문 틈으로 누런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왔다. 고양이는 사람들 사이를 느릿느릿 지나 제사상 앞에 멈추더니, 상 한가운데 놓인 문어 다리 하나를 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마당으로 나갔다. 피자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마당에서 그 광경을 본 아버지가 담배를 떨어뜨렸다. “아이고, 아부지 그 말에 고모가 먼저 웃음을 터뜨렸고, 큰아버지는 웃다가 울었고, 큰어머니는 그 둘을 번갈아 보다가 결국 따라 웃었다.
그날 밤 어떤 책에도 나오지 않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다리 일곱 개가 남은 문어와 피자 여덟 조각이 나란히 상에 올랐고, 절은 큰아버지가 먼저 했지만 잔은 큰어머니가 먼저 올렸다. 끝나자 다섯 식구는 상을 물리지도 않은 채 그 자리에 둘러앉아 식은 피자와 문어를 나눠 먹었다. 집을 팔지, 내년 지낼지는 아무도 정하지 않았다. 다만 큰아버지가 문어를 씹다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것을 수빈은 들었다. “아부지가 이거 좋아하셨는데. 우리 안 드신 기라.” 고모는 못 들은 척 피자를 한 조각 더 집었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was the father's role in the family, as the narrator describes it?
2. Why did the aunt object to the octopus?
3. What did the eldest daughter-in-law reveal that silenced the room?
4. What did the eldest uncle conclude while eating the octop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