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새벽 한 시 십칠 분
A woman in a Mangwon-dong studio flat lies awake from one in the morning until dawn, and her thoughts keep circling back to something she did yesterday.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1)
- 엎어 놓다 · to put face down
- 눈꺼풀 · eyelid
- 사직서 · letter of resignation
- 갈색 소음 · brown noise (a low, rumbling sleep sound)
- 떡을 돌리다 · to hand out rice cakes to neighbours to share good news
- 유성 매직 · permanent marker
- 야광 · glow-in-the-dark
- 버티다 · to hold out, to endure
- 동지 · comrade, kindred spirit
- 입이 돌아가다 · to get a twisted mouth (folk belief: from sleeping in a cold draught)
- 부재중 전화 · missed c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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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 십칠 분. 휴대폰을 놓은 지 한참 지났는데 아직 한 시 십칠 분이라니, 시간이 나를 놀리는 게 틀림없다. 눈을 감는다. 안쪽이 생각보다 밝다. 냉장고가 웅, 하고 운다. 저 냉장고는 왜 꼭 내가 잠들려고 할 때만 우는 걸까, 낮에도 저렇게 울었나, 낮에는 내가 없으니까 알 수가 없지, 낮에 나는 늘 회사에 있었으니까. 있었으니까. 과거형이다. 그 생각은 하지 말자. 양이라도 셀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근데 한국 사람이 왜 양을 세지, 우리나라에 양이 몇 마리나 있다고. 대관령에나 가야 있는 양을, 망원동 원룸에서.
한 시 사십 분. 창밖으로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이 시간에 뭘 시켜 먹는 사람은 누굴까. 족발일까, 닭발일까, 아니면 나처럼 잠 못 드는 사람이 위로 삼아 시킨 떡볶이일까. 떡볶이 생각을 하니 배가 고프다. 배가 고프면 잠이 안 온다. 그런데 먹으면 더 안 온다. 인생은 이렇게 늘 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고, 둘 다 틀린 답이다. 팀장님은 그걸 몰랐다. 아니, 알았다. 알면서 나한테 고르라고 했지. 주말 출근이냐, 성과 평가냐. 그래서 나는 세 번째를 골랐다. 아, 결국 생각해 버렸다.
두 시 삼 분. 수면 앱을 켠다. 빗소리, 파도 소리, 모닥불 소리, 그리고 이름도 이상한 소음. 소음을 누른다. 세탁기 안에 들어간 기분이다. 끈다.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엄마는 내가 그 회사에 붙었을 때 동네 미용실에 미용실에. 왜 하필 미용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세계에서 소식이란 미용실을 거쳐야 비로소 공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소식도 미용실을 거치겠지. 떡 대신 뭘 돌리려나. 한숨? 엄마의 한숨은 떡보다 오래간다. 떡은 하루면 굳지만 한숨은 명절마다 데워져 다시 상에 오른다.
두 시 사십 분. 일어나 물을 마신다. 냉장고를 연 김에 엄마가 보낸 김치통을 본다. 뚜껑에 매직으로 ‘지우 거 맵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다. 엄마는 내가 서른두 살이라는 걸 아직 모른다. 맵지 않은 김치를 먹는 서른두 살. 다시 눕는다. 천장에 지난 세입자가 붙여 놓은 별이 하나 남아 있다. 하나만 남은 별이 왜 저렇게 끝까지 빛나는지. 건지, 그냥 떨어질 줄을 모르는 건지. 나는 어느 쪽이었나. 칠 년을 건가, 떨어질 줄을 몰랐던 건가.
세 시 반. 위층 사람이 변기 물을 내린다. 저 사람도 못 자는구나. 생긴 것 같아 조금 반갑다. 이 건물에 불 켜진 창이 몇 개나 될까. 서울에서 지금 깨어 있는 사람은 몇 명일까. 편의점 알바, 택시 기사, 응급실 간호사, 새벽 배송 기사, 그리고 할 일이 없는데도 깨어 있는 나 같은 사람들. 할 일 없는 사람이 가장 늦게까지 깨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내일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는데 잠은 왜 안 오는 걸까. 이유가 없어서 안 오는 건가. 잠도 내일이 있어야 오는 건가.
다섯 시 십 분. 포기한다. 후드티를 걸치고 나간다. 골목은 파랗고, 공기에서 쇠 냄새가 난다. 망원시장 가게들은 아직 셔터가 내려져 있다. 한강 쪽으로 걷는다. 강변 벤치에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 계신다. 나도 한 칸 띄우고 앉는다. 할아버지가 묻지도 않았는데 말씀하신다. “잠이 안 와서.” 나도 대답한다. “저도요.” 그게 전부다. 강 건너 아파트들 위로 하늘이 아주 천천히 하얘진다. 다리 위로 첫 버스가 지나간다.
일곱 시 사십 분. 누가 어깨를 흔든다. 자전거를 탄 아주머니가 여기서 자면 혀를 찬다. 할아버지는 없다. 벤치 위에 요구르트 하나가 놓여 있다. 휴대폰에는 엄마의 전화가 한 통. 나는 요구르트를 마시고, 두 시간을 잤다는 사실에 조금 감동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간다. 할 말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은 잤으니까. 잔 사람은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으니까.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is really keeping the narrator awake?
2. According to the narrator, how does news become official in her mother's world?
3. What does the single glow-in-the-dark star on the ceiling make her wonder about herself?
4. What happens at seven forty in the mo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