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밭담 앞의 두 사람
A graduate student goes to the small island of Gapado to record the last two fluent speakers of its old Jeju speech, who have not spoken to each other in forty years.
Tap a dotted word for its meaning.
Words to know (12)
- 밭담 · stone wall around a field (on Jeju)
- 소멸 · extinction, dying out
- 삼춘 · respectful word for an older neighbour (Jeju dialect)
- 이영 · and, with (Jeju dialect)
- 골다 · to say, to speak (Jeju dialect)
- 어서 · there isn't, there's none (Jeju dialect)
- 이녁 · you (Jeju dialect, to an equal)
- 무사 · why (Jeju dialect)
- 경 · like that, so (Jeju dialect)
- 하르방 · old man, husband, grandfather (Jeju dialect)
- 바당 · sea (Jeju dialect)
- 물질 · sea diving for shellfish (the women divers'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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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로 들어가는 배는 하루에 몇 번뿐이었다. 하은은 녹음기 두 대와 여분의 배터리, 그리고 지도 교수가 건네준 이름 두 개를 들고 그 배에 올랐다. 고순덕, 여든아홉. 양춘자, 여든일곱. 제주어 가운데서도 이 섬의 옛말을 끝까지 온전히 쓰는 사람은 이제 그 둘뿐이라고 했다.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위기 언어로 분류한 지도 십오 년이 넘었다. 사전은 만들 수 있었다. 단어는 하나씩 물어서 받아 적으면 되었다. 그러나 말이 살아 있는 모습,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주고받는 진짜 대화는 받아 적을 수가 없었다. 녹음하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두 할머니가 사십 년째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묻자 민박집 주인은 웃었다. 돌 하나 때문이우다. 순덕 춘자 보리밭 사이에 돌 하나가 한 뼘 넘어왔다고.” 한 뼘 때문에 사십 년. 하은은 처음에는 그것이 우스웠고, 이튿날부터는 막막해졌다. 순덕 할머니는 녹음기 앞에서 묻는 단어마다 척척 대답했지만, 춘자 할머니 이름만 나오면 입을 닫았다. 춘자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그 할망광은 말 할 말이 없다는 뜻이었다.
일주일째 되던 날, 하은은 연구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순덕 할머니에게 춘자 할머니가 그 돌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춘자 할머니에게는 순덕 할머니가 그 돌 이야기를 하자고 한다고 전했다. 둘 다 거짓말이었다. 그날 오후, 두 할머니는 보리밭 사이 앞에서 사십 년 만에 마주 섰다. 하은은 몇 걸음 떨어진 곳에서 녹음기의 빨간 버튼을 눌렀다.
처음 십 분은 싸움이었다. 돌 돌려놓켄 해시냐?” 나가 몬저 해신디!” 두 사람의 목소리는 바닷바람보다 빨랐다. 하은이 일주일 동안 단어 하나씩 물어 겨우 받아 적은 말들이, 사전에는 없는 억양과 리듬을 타고 쏟아져 나왔다. 하은은 숨을 죽였다. 바로 이것이었다. 표준어로 옮기면 반도 남지 않을, 이 섬의 바람과 돌과 빚어진 말. 녹음기 화면의 소리 막대가 춤추는 것을 보며, 그녀는 자신이 지금 듣고 있는 것이 어쩌면 이 말로 나누는 마지막 싸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말이 갑자기 느려졌다. 춘자 할머니가 그 돌에 손을 얹었다. “이 돌, 우리 놓은 거여. 그해 나가기 전날.” 순덕 할머니가 입을 다물었다. 하은은 나중에 민박집 주인에게서 들었다. 사십 년 전 봄, 섬의 배 한 척이 돌아오지 않았고, 그 배에 두 할머니의 남편이 함께 타고 있었다는 것을. 순덕 할머니는 그 돌을 제자리로 옮기려 했고, 춘자 할머니는 남편 손이 마지막으로 닿은 돌을 한 치도 움직일 수 없었다. 돌 하나가 한 뼘을 넘어온 것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마지막이 이웃의 밭으로 한 뼘 넘어가 있었던 것이다.
순덕 할머니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나가 몰랐주게. 그냥 놔둘 건디.” 수가 두 할머니는 나란히 기대어 앉았다. 그다음부터는 하은도 다 알아듣지 못했다. 바다 이야기, 이야기, 그 봄의 바람 이야기가 낮은 목소리로 오갔다. 하은은 문득 자신이 남의 가장 아픈 자리를 몰래 엿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녹음기의 정지 버튼에 손을 가져갔다.
그러자 순덕 할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끄젠? 그거 계속 돌리라.” 춘자 할머니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죽으민 이 말 사람 이야기도 이 말로 해사 알아들을 거 아니가.” 하은은 손을 내렸다. 해가 질 때까지 녹음기는 돌아갔다. 그날 밤 민박집에서 녹음 파일을 저장하며 하은은 파일 이름을 한참 고민하다가 ‘가파도, 앞, 두 사람’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그 아래 메모 칸에 표준어로 단 한 줄을 덧붙였다. 이 대화는 번역하지 말 것.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couldn't Haeun simply write the old Jeju speech down word by word?
2. What did Haeun do that a researcher shouldn't?
3. Why couldn't Chunja let the stone be moved?
4. Why did the grandmothers want the recording to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