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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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새출발 피시방

In 1998, after the financial crisis costs him his bank job, a forty-six-year-old manager opens an internet café in Sillim-dong without knowing anything about g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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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명예퇴직 · (so-called) voluntary early retirement
  • 외환 위기 · the (1997) foreign-exchange crisis, the IMF crisis
  • 마흔 줄 · one's forties
  • 처남 · wife's brother, brother-in-law
  • 대세 · the big trend, the way things are going
  • 피시방 · internet café for gaming
  • 러시 · rush (a sudden early attack in a strategy game)
  • 감원 · staff cuts, layoffs
  • 일꾼 · worker (unit in the game)
  • 말을 섞다 · to exchange words, to talk with
  • 아이디 · username, user ID
  • 눌러쓰다 · to pull (a cap) down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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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구백구십팔 년 봄, 김형기 차장은 이십이 년 다닌 은행에서 했다. 이름만 명예였다. 위기가 터지고 은행마다 바람이 불면서 마흔 차장들이 줄줄이 ‘명예’를 받아 들고 회사를 나왔다. 형기는 퇴직금으로 무엇을 할지 석 달을 고민했다. 아내는 무엇을 하든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반대할 다른 길도 없었다. 치킨집은 동네에 이미 네 곳이 있었다. 그때 말했다. “형님, 요새는 컴퓨터만 깔아 놓으면 애들이 알아서 와요.”

신림동 골목의 지하에 컴퓨터 서른 대를 들여놓고 간판을 달았다. 이름은 아내가 지었다. ‘새출발 형기는 개업 첫날 넥타이를 매고 카운터에 앉았다. 이십이 년 동안 맨 넥타이를 하루아침에 풀 수는 없었다. 은행 창구에서처럼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하고 인사하는 사장은 신림동 어디에도 없었으므로, 손님들은 그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손님들이 하는 게임을 하나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화면 속에서는 벌레 같은 것과 우주선 같은 것이 싸웠고, 아이들은 밤새 소리를 질렀다. 온다! 막아, 막아!”

컴퓨터가 멈출 때마다 형기는 불려 갔지만, 게임을 모르니 무엇이 고장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를 구해 준 것은 매일 저녁 일곱 시면 구석 자리에 앉는 고등학생 지훈이었다. 지훈은 말이 없고 손이 빨랐다. 어느 날 밤 손님이 다 빠진 뒤 지훈이 말했다. “사장님, 스타크래프트 모르시면 장사 못 하세요. 제가 가르쳐 드릴게요. 대신 저 밤에 한 시간씩 공짜로 해 주세요.” 형기는 그 거래가 은행에서 해 본 어떤 거래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날부터 형기의 밤 수업이 시작되었다. 마우스를 쥔 손은 계산기를 두드리던 손보다 한참 느렸다. 그는 열 판을 하면 열 판을 졌다. 그래도 그는 은행원이었다. 지는 판마다 수첩에 적었다. 몇 분에 무엇을 지었는지, 몇이나 뽑았는지, 어디서 무너졌는지. 수첩은 한 달 만에 두 권째가 되었다. 지훈은 그 수첩을 보고 웃었다. “사장님, 게임을 장부처럼 하시네요.” 형기는 진지했다. “장부가 맞으면 지지 않아.” 석 달 뒤 형기는 처음으로 지훈을 이겼다. 지훈은 화를 내는 대신 박수를 쳤다.

집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중학생 아들 민준은 아버지가 은행을 그만둔 뒤로 아버지와 말을 않았다. 친구들 아버지는 다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데 자기 아버지는 지하에서 애들 상대로 게임이나 한다고, 민준은 저녁 밥상에서 한 번 소리를 지른 적이 있었다. 형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내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말없이 반찬 그릇만 이리저리 옮겼다. 형기는 아들이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사실보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아팠다. 그는 그날 밤에도 넥타이를 매고 가게로 나갔다.

가을에 형기는 가게에서 대회를 열었다. 상품은 한 달 무료 이용권이었다. 신림동 일대의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형기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결승까지 올라간 것은 사장님과 얼굴 모를 상대 하나였다. 상대의 ‘은행원아들’이었다. 형기는 그 보고 고개를 들었다. 맞은편 구석 자리에서 모자를 깊이 민준이 모니터만 노려보고 있었다. 아들이 언제부터 이 게임을 했는지, 언제부터 이 가게에 몰래 드나들었는지 형기는 알지 못했다.

게임은 이십 분 넘게 이어졌다. 아이들이 두 사람 뒤에 빽빽이 모여들었다. 마지막 싸움에서 형기의 군대가 무너졌고, 화면에 패배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환호하는 사이 민준이 모자를 벗고 아버지 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 키보드 옆에 놓인 수첩을 집어 들었다. 한참을 넘겨 보던 민준이 작게 말했다. “아빠는 맨날 칠 분쯤에 너무 적게 뽑아. 그래서 지는 거야.” 형기는 넥타이를 풀었다. 이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그것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Hyeonggi leave the bank?

2. What deal did the high-school student Jihun offer?

3. How did Hyeonggi learn to play, in his own way?

4. What did Hyeonggi discover in the final of the tourna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