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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묻지 않은 질문

A court-appointed lawyer in Seoul defends a delivery rider accused of a hit-and-run, and the only witness swears she heard him sh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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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국선 변호인 · court-appointed defence lawyer
  • 공소 사실 · the facts charged in the indictment
  • 들이받다 · to crash into, ram
  • 전치 · (injury) needing full treatment of
  • 구호 조치 · emergency aid (that the law requires after an accident)
  • 증언 · testimony
  • 주신문 · examination-in-chief (questioning of one's own witness)
  • 쟁쟁하다 · to ring vividly (in one's ears)
  • 이의 있습니다 · objection
  • 진술을 거부하다 · to refuse to make a statement (the right to silence)
  • 수어 통역인 · sign-language interpreter
  • 선고하다 · to pronounce (a verdict or sent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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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오백십이 호 법정은 오후 네 시만 되면 늘 같은 냄새를 풍겼다. 오래된 종이와 먼지, 그리고 하루 종일 긴장한 사람들의 땀 냄새였다. 변호인 한서연은 피고인석 옆에 앉아 기록을 한 장 더 넘겼다. 피고인 강도윤, 스물아홉 살, 배달 대행 기사. 사실은 단순했다. 지난 삼월 이십 일 밤 열한 시 사십 분경, 망원동의 한 골목에서 귀가하던 보행자를 오토바이로 육 주의 상해를 입히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달아났다는 것이었다.

증거는 많지 않았지만 가볍지도 않았다. 피해자는 넘어지는 순간 눈을 감았다고 했고, 골목에는 CCTV가 없었다. 남은 것은 단 한 사람, 길 건너 약국의 약사 김영숙의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노란 스티커가 붙은 검은 헬멧을 분명히 보았다고 진술했다. 그 동네에서 헬멧에 노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기사는 한 업체 소속뿐이었고, 그날 그 시각 그 근처에서 배달을 마친 사람은 도윤이었다. 피고인 옆에는 회색 정장 차림의 여자가 한 사람 더 앉아 있었다. 방청석의 몇 사람은 그녀를 보조 변호인쯤으로 여기는 눈치였다.

검사의 짧고 정확했다. “증인은 사고 직후 무엇을 보고 들었습니까?” 김영숙은 손수건을 쥔 채 또박또박 대답했다. “셔터를 내리고 있는데 쿵 소리가 났어요. 돌아보니까 오토바이가 서 있었고, 헬멧에 노란 스티커가 있었어요. 그 사람이 ‘비켜요, 비켜!’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가 버렸어요. 젊은 남자 목소리였어요.” 검사는 만족한 얼굴로 자리에 앉았다. “이상입니다, 재판장님.”

서연은 천천히 일어났다. “증인, 그 목소리를 다시 들으면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그 소리는 지금도 귀에 “확실하십니까?” “몇 번을 물으셔도 같아요.” 서연은 재판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재판장님, 피고인에게 그 말을 한번 해 보도록 해도 되겠습니까?” 검사가 벌떡 일어섰다. 있습니다. 피고인에게는 진술을 권리가 있습니다. 변호인이 스스로 피고인의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겁니까?” 재판장이 안경 너머로 서연을 보았다. “변호인, 신문의 취지를 말씀하십시오.”

“피고인은 진술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거부하지 않더라도, 이 법정에서 그 말을 소리 내어 할 수는 없습니다.”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회색 정장의 여자가 두 손을 들어 빠르게 움직였다. 도윤은 그 손을 보고, 서연을 보고, 재판장을 향해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피고인은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했습니다. 옆에 계신 분은 법원이 선정한 피고인은 평생 ‘비켜요’라는 말을 소리로 내 본 적이 없습니다. 증인이 그날 밤 들은 목소리가 누구의 것이든, 적어도 피고인의 목소리는 아닙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김영숙의 손수건이 무릎 위로 떨어졌다.

삼 주 뒤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은 무죄를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판결문의 문장은 늘 그렇듯 길고 건조했다. 법원 앞 계단에서 도윤은 휴대폰에 무언가를 적어 서연에게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변호사님은 한 번도 제가 했냐고 묻지 않으셨어요.’ 서연은 웃었다. “묻지 않는 것도 제 일이에요. 저는 진실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검사가 증명하지 못한 것을 짚는 사람이니까요.”

도윤은 한참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다시 무언가를 적었다. 이번에는 금방 내밀지 않았다. 신호등이 두 번 바뀌는 동안 그는 휴대폰을 쥐고만 있었다. 마침내 그가 보여 준 화면에는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그날 제 뒤에서 따라오던 형이 있었어요. 소리친 사람은 그 형이에요.’ 서연이 고개를 들었을 때 도윤은 이미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노란 스티커가 저녁 햇빛에 한 번 번쩍였다. 서연은 계단에 선 채 오래도록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묻지 않은 질문은 이제 그녀의 몫이 되어 있었다.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at did the pharmacist tell the police she had seen?

2. Why did the prosecutor object to the lawyer's request?

3. Who was the woman in the grey suit sitting next to the defendant?

4. What did Doyun finally show the lawyer on the court ste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