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십이 장에서 죽지 않겠습니다
A crime novelist plans to kill off his detective in chapter twelve, and finds lines in his manuscript that he did not wr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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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연재 · serialisation
- 지론 · long-held view, pet theory
- 의심하다 · to doubt
- 설정 · background details of a character
- 인물 · character (in fiction)
- 납득 · being convinced, accepting
- 상실 · loss
- 평론가 · critic
- 안이하다 · easy-going, complacent, too easy
- 비웃음 · sneer, mockery
- 흠집 · scratch, dent
- 허공 · empty 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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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민은 마감을 사흘 앞두고 주인공을 죽이기로 했다. 웹 소설 사이트에 중인 추리 소설 ‘붉은 등대’의 형사 강해솔은 십이 장에서 범인의 칼에 찔려 죽을 예정이었다. 독자 게시판은 해솔을 살려 달라는 글로 가득했지만, 정민은 흔들리지 않았다. 주인공이 죽어야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것이 그의 오랜 그는 밤 열한 시, 망원동 원룸에서 마지막 장면을 쓰기 시작했다. 비가 오는 부두, 깨진 가로등, 범인의 젖은 운동화. 문장은 놀랄 만큼 술술 풀렸고, 새벽 두 시에 그는 만족스럽게 파일을 저장한 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파일을 열었을 때, 정민은 자기 눈을 어젯밤 분명히 ‘해솔은 차가운 부두에 쓰러졌다’로 끝낸 장면 아래에, 처음 보는 문장이 한 줄 붙어 있었다. ‘그러나 해솔은 쓰러지지 않았다. 작가님, 이건 아니잖아요.’ 정민은 노트북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다. 문장은 그대로 있었다. 누가 해킹이라도 했나 싶어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장을 지웠다. 그리고 다시 썼다. 해솔은 쓰러졌다. 이번에는 확실하게. 그러나 이튿날 아침에도, 그다음 날 아침에도 같은 문장이 같은 자리에 돌아와 있었다.
사흘째 되던 밤, 정민은 잠을 자지 않고 화면을 지켜보기로 했다. 새벽 세 시, 커서가 저절로 깜박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자가 한 자씩 찍혔다. ‘작가님,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요.’ 정민은 침을 삼키고 자판에 손을 올렸다. ‘너 누구야?’ ‘누구긴요. 작가님이 만드신 강해솔이죠. 서른넷, 인천의 작은 경찰서 강력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고 커피는 못 마시는.’ 다 맞았다. 그 공책에만 적어 두고 소설에는 한 번도 쓰지 않은 것이었다.
그날 밤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새벽까지 대화를 나눴다. 해솔은 따지지 않았다. 다만 물었다. ‘제가 왜 죽어야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되면 조용히 쓰러질게요.’ 정민은 그동안 인터뷰에서 수없이 해 온 말을 늘어놓았다. 비극이 이야기를 완성한다, 독자는 통해 성장한다, 주인공의 죽음은 작가의 용기다. 해솔의 답은 짧았다. ‘그거 다 작가님 이야기잖아요. 제 이야기가 아니라.’
정민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십 년 전 그는 첫 소설의 주인공을 살려 두었고, 그 결말을 해피 엔딩’이라고 비웃었다. 그 뒤로 그는 한 번도 주인공을 살려 두지 않았다. 해솔의 말이 맞았다. 그가 죽이려던 것은 해솔이 아니라, 십 년 전의 그 그는 오랫동안 남의 칼을 빌려 자기 상처를 찌르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정민은 십이 장을 새로 썼다. 해솔은 칼에 찔리지만 쓰러지지 않는다. 대신 범인의 손목을 붙잡고, 오래된 등대의 계단을 끝까지 올라간다. 원고를 보내고 나서 정민은 마지막으로 파일 맨 아래에 한 줄을 적었다. ‘이제 됐어?’ 몇 분 뒤 답이 찍혔다. ‘네. 고마워요. 그런데 작가님,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뭔데.’ ‘작가님은 누가 쓰고 있는지 아세요?’
정민은 웃으려다가 웃지 못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원룸을 둘러보았다. 식은 커피, 창밖의 가로등, 책상 모서리의 벽에 붙은 마감 날짜.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확했다. 마치 누군가 그것들을 한 문장씩 적어 넣은 것처럼. 그는 아주 작게, 대고 말했다. “거기 계세요?”
나는 이 문장 앞에서 한참 손을 멈춘다. 정민을 어떻게 끝낼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 마감은 사흘 남았고, 편집자는 그가 마지막에 사라져야 이야기가 완성된다고 했다. 나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방금, 내 원고 파일 맨 아래에 내가 쓰지 않은 문장이 한 줄 생겼다. ‘작가님, 이건 아니잖아요.’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Jeongmin want his detective to die?
2. What convinced him that he was really talking to Haesol?
3. What does Jeongmin realise he was really trying to kill?
4. What happens in the last para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