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마지막 변사
In 1935 Gyeongseong, the most famous silent-film narrator of a Jongno cinema gives his last performance before the talkies ar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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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변사 · silent-film narrator
- 활동사진 · moving pictures (old word for film)
- 무성 영화 · silent film
- 발성 영화 · talking picture, talkie
- 해설하다 · to narrate, to comment on
- 임석 경관 · police officer posted to watch a performance (colonial-era censorship)
- 거슬리다 · to grate on, to offend
- 영사기 · film projector
- 설움 · sorrow, grief (of the wronged)
- 술렁이다 · to stir, to become restless
- -구먼 · you really do... (exclamation, older speech)
- 자막 · subti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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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해년 늦가을, 경성 종로의 낙원관 앞에는 해 지기 전부터 줄이 늘어섰다.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보러 온 것은 아니었다. 서창호였다. 영화의 화면 옆에 서서 등장인물의 대사를 읊고 줄거리를 풀어 주는 일, 그것이 일이었다. 같은 서양 연애 영화라도 서창호가 관객들이 손수건을 세 장씩 적신다고 했다. 그날은 그의 마지막 무대였다. 다음 달부터 낙원관에는 배우들이 직접 말을 하는 영화가 걸릴 예정이었다.
공연 전, 극장 주인 최 사장이 분장실로 찾아왔다. “여보게, 서 군.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게. 시대가 그렇다네. 이제는 배우가 제 입으로 울고 웃는데, 옆에서 무슨 말을 더 보태겠나.” 창호는 넥타이를 고쳐 매며 웃었다. “사장님, 저는 섭섭하지 않습니다. 다만 오늘은 제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요?” 최 사장은 객석 맨 뒤의 경관 자리를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마음대로 하되, 저 양반 귀에 말만은 하지 말게. 자네 하나 잡혀가는 걸로 끝나지 않네.”
종이 울리고 불이 꺼졌다. 덜컥거리며 돌기 시작하자 창호는 무대 왼편에 섰다. 화면에는 바다 건너 어느 항구 도시가 떠올랐다. 가난한 화가와 부잣집 딸이 몰래 사랑하는 뻔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창호의 목소리가 얹히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다. “아아, 보시오, 여러분. 저 여인은 아버지의 집에서 사는데도 제 방 하나를 갖지 못하였소. 제 땅에 살면서 제 땅의 주인이 되지 못한 자의 여러분은 아시겠소?”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났다. 뒷자리의 경관은 팔짱을 낀 채 졸고 있었다.
마지막 장에 이르렀을 때 일이 터졌다. 탁 하는 소리가 나더니 화면이 하얗게 타올랐다. 필름이 끊어진 것이었다. 극장 안이 영사 기사가 허둥지둥 필름을 이으려 했지만, 하필 마지막 몇 장면이 통째로 녹아 버렸다. 최 사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표값을 돌려 달라는 고함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창호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여러분, 지쳤소. 그러나 이야기는 아직 지치지 않았소.” 그는 화면 대신 관객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아무도 본 적 없는 결말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화가는 항구에서 배를 기다리고, 여인은 아버지가 잠든 새벽에 신발을 손에 들고 맨발로 계단을 내려온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에서 창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 자기 머릿속에 그 장면을 그렸다. 이백 개의 서로 다른 결말이 한 극장 안에서 동시에 상영되고 있었다.
불이 켜졌을 때 박수는 좀처럼 그치지 않았다. 표값을 돌려 달라던 사내도 소매로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무대에서 내려온 창호에게 최 사장이 다가와 어깨를 쳤다. “자네, 끝까지 사람을 놀라게 필름이 끊긴 게 오히려 다행이었네.” 창호는 웃기만 했다. 그가 원래의 결말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 영화 속 여인은 끝내 집을 떠나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한 달 뒤, 낙원관에 첫 영화가 걸렸다. 서창호는 표를 사서 객석 한가운데에 앉았다. 배우들이 낯선 외국말로 떠들기 시작하자, 옆자리에 앉은 열 살쯤 된 사내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면 아래에 지나갔지만 아이는 아직 글을 다 읽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창호는 몸을 살짝 기울여 아이의 귀에 속삭였다. “저 사람은 지금 떠나기 싫다고 하는 거야. 근데 떠나야 하거든. 잘 봐라, 저 눈.”
아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창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해설을 이어 갔다. 관객은 단 한 명이었다. 그날 밤 경성에서 가장 작은 무대였고, 그는 그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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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y was this Seo Changho's last night at the cinema?
2. What did the owner warn him about before the show?
3. What did Changho do when the film burned in the projector?
4. What did he keep to himself after th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