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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 story

은젓가락이 검어진 저녁

In a Joseon palace kitchen, a veteran royal cook is accused of poisoning the king's supper when the taster's silver chopsticks tur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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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소주방 · royal kitchen of the Joseon palace (the inner one cooked the king's daily meals)
  • 생각시 · young girl apprentice among the palace maids
  • 수라 · a king's meal (royal word for a meal)
  • 흰수라 · the king's white rice
  • 처소 · living quarters (of a royal consort)
  • 기미상궁 · lady-in-waiting who tastes the king's food for poison
  • 기미 · tasting food before the king eats it
  • 물리다 · to take away (a table, a dish)
  • 시진 · a two-hour unit of time in old Korea
  • 증좌 · evidence, proof (old word)
  • 비상 · arsenic (the classic poison)
  • 발기 · written list (here, of the dishes served at a m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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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새벽 네 시에 지펴졌다. 윤 상궁이 열세 살에 궁에 들어와 그 불을 처음 본 지도 어느덧 사십 년이 흘렀다. 그사이 전하는 두 번 바뀌었고 중전은 세 번 바뀌었으나, 아침 오르는 쌀은 늘 같은 경기 땅에서 올라왔다. 윤 상궁은 그것을 위안으로 여겼다.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밥은 지어야 했고, 밥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물이 많으면 질었고, 불이 세면 탔다. 사람의 일이 그만큼만 정직하다면 궁에서 늙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해 겨울 궁 안의 공기는 유난히 차가웠다. 중전마마께서 병환으로 오래 누워 계신 사이, 후궁 드나드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나인들은 칼질을 하면서도 귀를 열어 두었다. 누가 어느 무엇을 받았는지, 어느 상궁이 누구에게 고개를 숙였는지가 고기 써는 소리 사이로 오갔다. 윤 상궁은 그런 말이 들릴 때마다 도마를 세게 내리쳤다. “칼 앞에서 입을 놀리는 것치고 손가락 열 개가 다 붙어 있는 것을 못 봤다.” 나인들은 웃었지만 윤 상궁은 웃자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중전마마가 손수 불러올린 사람이었고, 그 사실을 아는 이는 생각보다 많았다.

일은 동짓달 저녁 터졌다. 대전에 들자 최 상궁이 늘 하던 대로 은젓가락을 들어 반찬을 하나씩 짚었다. 그런데 열두 가지 반찬 가운데 하나에 닿은 젓가락 끝이 거무스름하게 변했다. 최 상궁의 손이 떨렸다. “독이옵니다!” 그 한마디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내관들이 황급히 상을 전하는 수저를 내려놓으신 채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반 지나지 않아 윤 상궁은 나인들과 함께 마당에 꿇어앉아 있었다.

문제의 반찬은 알찜이었다. 달걀을 곱게 풀어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중탕으로 찐, 전하께서 어릴 적부터 즐기시던 음식이었다. 의금부 관원이 그릇을 들고 나오자 윤 상궁은 고개를 들었다. 사십 년 동안 지은 손은 저절로 떨렸으나 목소리만은 떨리지 않았다. “나으리, 그 알찜을 소인에게 주십시오.” 관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죄인이 먹어 없애겠다는 것이냐.” “다 먹고 나면 소인의 몸이 될 것이옵니다. 소인이 쓰러지면 소인이 죽이려 한 것이고, 소인이 멀쩡하면 아무도 죽이려 하지 않은 것이옵니다.”

윤 상궁은 두 손으로 그릇을 받쳐 들고 알찜을 남김없이 먹었다. 마당에 있던 사람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했다. 한 식경이 지나고, 또 한 식경이 지났다. 윤 상궁은 꿇어앉은 채 꼿꼿했다. 그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은은 알아보는 것이 아니옵니다. 갓 쪄 낸 달걀 노른자가 닿으면 은은 검어지옵니다. 날마다 은그릇을 닦는 나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옵니다. 그런데 서른 해나 하신 분이 그것을 모르셨다니, 소인은 그것이 더 괴이하옵니다.” 최 상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날 밤 윤 상궁은 홀로 남아 그날의 찬품을 적은 펼쳤다. 거기에 알찜은 없었다. 저녁 알찜을 올리라는 말은 낮에 생물방에서 건너온 막내 나인 하나가 전했다고 했다. 윤 상궁이 그 아이를 부르자 아이는 묻기도 전에 울음을 터뜨렸다. 아이를 시킨 것은 최 상궁이었고, 최 상궁에게 그 일을 시킨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이도 몰랐다. 윤 상궁은 더 묻지 않았다. 더 묻는 순간 자신도 그 이름을 알게 될 터였고, 이 궁에서는 아는 것이 곧 죄가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이튿날 최 상궁은 병을 핑계로 궁을 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다만 그 뒤로 대전에 드는 윤 상궁이 직접 했다. 그리고 그녀는 막내 나인에게 은젓가락 닦는 일을 맡겼다. 아이가 무엇 때문이냐고 묻자 윤 상궁은 검어진 젓가락을 볕에 비춰 보이며 말했다. “궁에서 오래 살고 싶으면 무엇이 은을 검게 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독인지, 달걀인지, 사람인지.”

Comprehension check

0/4 answered

1. Why did Lady Yun find comfort in her work, according to the opening?

2. How did Lady Yun prove that the steamed egg dish was not poisoned?

3. What did Lady Yun find strange about the taster's reaction?

4. Why did Lady Yun stop asking who was behind Lady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