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story
사랑방의 독자
In a nobleman's house in 1880s Seoul, a stern old minister orders his son-in-law to find out who is writing the scandalous novel passing around the women's quar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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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to know (12)
- 해괴하다 · strange and outrageous
- 언문 · vernacular script (old name for Hangul, then thought vulgar)
- 필사본 · handwritten copy, manuscript
- 아녀자 · women and children (old, dismissive)
- 망측하다 · indecent, shocking
- 출처 · source, origin
- 압수하다 · to confiscate
- 귀양 · exile (as a punishment)
- 남장 · disguise as a man
- 급제 · passing the state examination
- 체통 · dignity befitting one's rank
- -리다 · I will (old-fashioned promise, semi-formal 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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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술년 늦가을, 한양 북촌 이 대감 댁에는 소문이 돌았다. 안채 여인들 사이에서 ‘매화 부인전’이라는 소설이 몰래 돌려 읽히는데, 그 어디서 나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이 대감은 평생 소설을 읽는 잡스러운 이야기라고 깎아내려 온 사람이었다. 그러니 그 소설이 하필 자기 집 담장 안에서 나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대감의 수염이 파르르 떨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는 당장 안채의 책이란 책은 모두 거두어 마당에서 태우라고 호령하려다가, 소문이 담장을 넘을까 두려워 꾹 참았다.
대감은 사랑방으로 사위를 불렀다. “김 서방, 이리 앉게. 자네도 그 소문을 들었는가?” 사위는 무릎을 꿇은 채 눈만 끔벅였다. “무슨 소문 말씀이십니까, 장인어른?” “모르는 척하지 말게. 안채에서 돈다는 그 책 말일세. 자네가 오늘 안으로 그 알아 오게. 선비의 집안에서 그런 것이 나온다니, 조상님 뵐 낯이 없네.”
사위가 물러가자 대감은 문을 단단히 걸어 잠갔다. 그러고는 서안 밑 깊숙한 곳에서 얇은 책 한 권을 꺼냈다. ‘매화 부인전’ 제삼 권이었다. 지난달 마루에 떨어져 있던 것을 핑계로 품에 넣었는데, 첫 장만 보고 태우려던 것이 그날 밤 촛불이 다 탈 때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소설 속 매화 부인은 남편이 가자 하고 과거를 치르러 떠나는데, 하필 제삼 권이 그 시험장 앞에서 뚝 끊겨 있었다. 대감은 그 뒤가 궁금해 보름째 잠을 설치고 있었다. 체면 때문에 누구에게 다음 권을 구해 오라 할 수도 없으니, 그 답답함은 과거에 떨어졌던 젊은 날보다 더했다.
해 질 무렵 사위가 돌아왔다. 얼굴이 몹시 난처해 보였다. “장인어른, 알아내기는 하였습니다만…….” “말하게. 어느 집 계집종이 베껴 온 것인가?” “그것이…… 장모님이십니다.” 대감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무어라 했나?” “장모님께서 손수 지으신 것이랍니다. 안채 아씨들이 돌려 가며 베끼는 것을 장모님께서 모른 척하셨고요.”
그날 밤 대감은 헛기침을 세 번이나 하고서야 안채 문턱을 넘었다. 부인은 등잔 아래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바늘을 쥔 손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무슨 일로 왔는지 이미 아는 눈치였다. “부인, 할 말이 있소.” “말씀하시오.” “그 매화 부인인지 뭔지 하는 책 말이오. 정말 부인이 쓴 것이오?” “그렇소. 영감께서 사람을 풀어 알아보신 모양이구려.” 부인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
대감은 준비해 온 꾸중을 떠올리려 애썼다. 선비 집안의 도리, 조상님의 얼굴. 그런데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래서…… 매화 부인은 하오, 못 하오?” 바느질하던 손이 처음으로 멈췄다. 부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영감, 지금 그걸 물으시는 것이오?” “아니, 그게 아니라, 책을 검토하다 보니 그만…….” 대감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한참 동안 방 안에는 등잔불 타는 소리만 들렸다. 이윽고 부인이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다음 권은 아직 다 쓰지 못했소. 사랑방 손님들이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서 붓이 나가지를 않는구려. 영감께서 이번 겨울 손님을 좀 줄여 주신다면 정월 안에는 끝낼 수 있을 것 같소.” 대감은 잠시 생각하더니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내일부터 사랑방 문을
이튿날 아침, 사위는 장인이 대문에 붙인 글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주인이 병중이니 당분간 손님을 받지 않음.’ 정작 사랑방 안에서는 대감이 멀쩡한 얼굴로 먹을 갈고 있었다. 사위를 보자 대감은 목소리를 낮췄다. “김 서방, 자네 글씨가 반듯하지? 안채에서 새 원고가 나오거든 자네가 제일 먼저 한 부 베껴 오게. 아, 그리고 이 일은 자네 장모한테는 비밀일세.”
Comprehension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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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hat did the minister do as soon as his son-in-law left the room?
2. Who turned out to be the author of the novel?
3. What did the minister actually say to his wife instead of scolding her?
4. Why does the notice on the gate say the master is ill?